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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바둑산책>유학오는 싱가포르 소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싱가포르는 한국 바둑계와 매우 인연이 깊은 곳이다.
89년9월 曺薰鉉 9단이 중국의 간판스타 네웨이핑(섭衛平)9단과의 제1기 應氏盃 결승5번승부 제4,5국을 내리 이기는 극적인 역전으로 40만달러의 우승상금 획득과 함께 바둑황제로 등극했던 곳,금년5월 徐奉洙9단이 일본의 오타케(大 竹英雄)9단을 누르고 세계정상의 전통을 지켰던 곳이 싱가포르다.
두번 모두 현지교민,상사 주재원,대사관 여러분의 성원이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다할만큼 그 뜨거운 동포애는 정말 대단했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약80%가 중국계이며,일본 교민은 우리 교민의 10배인 4만여명이라 한다.
그런데 싱가포르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畏敬心을 가지고 우러러 보는 반면 한국은 「아시아의 네마리 龍」끼리의 경쟁심리 탓인지 차별대우가 극심하다.
우리 교민들의 눈물겨운 응원속에는「한풀이」의 의미가 짙게 깔려 있음이 느껴졌다.
싱가포르의 언론들은 한국에 나쁜일이 있기만 하면 기다렸다는듯대서특필한다.
그 보도태도는 다분히 악의적일 때가 많다.한가지 예를 들면 黃永祚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경기에서 월계관을 썼을때 그 영광의 얼굴은 조그맣게 취급하면서 엉뚱하게도 물 마시다 미끄러진 일본선수의 사진은 몇배로 크게 실었던 것.
어디 그뿐인가.기사내용이 은연중 어느 한국선수가 발을 걸어 넘어뜨린듯한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우리 교민들을 분통터지게 했으니 그런 억지가 없었다.
그들은 한국의 장점이나 한국인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않은 인상이다.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데서비롯된 것이 아닐까.그들을 괘씸하게 생각하기 전에 외교부재를 탓하고 싶다.
그렇듯 몰이해한 싱가포르 사람들이지만 한국바둑에 관한한「넘버원」임을 인정하고 지도받기를 원한다.두차례의 應氏盃를 통해 그실체를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바둑협회의 田銀河회장은『어린 재목들을 한국으로 유학보내고 싶다.받아주었으면 고맙겠다』는 요청을 한국기원측에 해왔고 평소 利鵬盃전국어린이바둑대회와 부산.베이징.타이베이.도쿄의4대도시대항 어린이바둑대회를 개최하는등 바둑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온 金榮盛씨(한국기원이사.아마5단)가 체재비를 부담함으로써 胡영漢(국교5년.초단)蔡耕楊(국교3년.3급)두 어린이가 11월8일 서울에 오게 되었다.
이번 바둑외교가 부분적으로나마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을 바로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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