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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본지연재 그여자의4계 마친 소설가 신경숙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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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재를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던 때 창문밖은 사방이꽃이 피어 세상이 얼룩덜룩했다.슈퍼 야채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미나리는 살이 쪄 새파랬었고 산의 나무들 또한 갓 물이 올라 새파랬었다.그때의 풍경이 눈에 선한 것은 꽤 오 래 살던 곳에서 이곳으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은 낯선때라 모든 풍경이 사진찍히듯 다가와서 그럴 것이다.6개월이 지난 지금 창으로 내다보이는 산은 조락을 앞두고 단풍졌다.
여기에서 살며 연재를 하는동안 내가 좋아하게 된 건 저 산이고,알게 된건 저 산에 숨어있는 샛길들이다.저 산이 없었다면 봄도 여름도,그리고 지금 이 가을도 오로지 난감했을 것이다.손가락으로 꼽아봐야 단지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엄 청난 세월이징검다리를 건너간 것같다.
『그 女子의 四季』로 나는 사랑의 다정과 비정을 은서라는 여자를 통해 그려내보고 싶었다.사랑을 생각하는 마음은 자기가 태어난 곳을 생각하는 마음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사랑이 바로 일궈질 때 삶은 윤이 나지만 그 마음이 거부당했을 때 삶이 어떻게 공허해지는지를,그리고 그 공허가 삶을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들게 하는지를 은서로 하여금 살게 하고 싶었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떠나 나는 지난 6개월동안 소설 안에서창백한 주인공 은서를 소설 바깥에서 사랑했다.어디서나 그 여자를 생각했다.아버지 회갑때 그 복잡한 마당에 서서도 그 여자를생각했다.그 여자가 아플때 나도 아팠고,그 여 자가 울때 나도울고 싶어졌었다.연재를 하는 동안 이 마음자락을 놓지 않으려고애썼다. 나,개인적으로는 신문연재소설이라고 해서 달라야 한다고생각하지 않는다.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르게 쓰는 것은 신문소설을 읽는 층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으므로,달라야한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다른 소설을 쓸 수 없었을테니,시작도 하 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걱정했던 것은 엉뚱하게도 매일 나가는 일,마지막 탈고가 될 교정보는 일을 내가 직접 할 수 없다는 것,그것이었다.이런 생각하에 쓰여진 재미없는 소설을 그래도 같이 따라 읽어주며 전화를 걸어 주고 편지를 보내주 었던 분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마음을 대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이든,어딘가에 쏟아붓고 싶은 순정이 있을 때,외부적으로야 어떻게 보이든 그때가괜찮은 때이리라.이제 단풍이 물러설 저 산,삭풍의 겨울을 저 산과 함께 지내면서,은서의 갈길 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길을 제대로 닦아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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