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돈 2백억 빼내 주식투자/충남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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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실명제로 인출 어렵자 과장 자살·계장 도피/도명계좌 도와준 증권사 지점장·은행원 구속
충남방적의 자금과장과 계장이 2백억원대의 회사자금을 빼내 주식·경마 등에 투자하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자금인출이 어려워져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입은 수십억원대의 결손액을 메울 길이 없게되자 자금과장이 투신자살하고 계장이 홍콩으로 도피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의 범행과정에 증권사 지점장과 은행대리가 도명계좌를 이용,이들에게 10억여원을 불법인출해준 사실도 드러나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0일 충남방적 자금계장 장현기씨(34)가 자살한 이 회사 자금과장 구자원씨와 공모,회사자금 2백4억원을 빼내 주식투자 등에 유용했다가 61억여원의 손해를 본 뒤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가·차명예금의 불법인출을 시도하다 한계에 부닥치자 8월29일 홍콩으로 도피한 사실을 밝혀내고 장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횡령) 혐의로 수배하고 인터폴에 소재파악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장씨가 금융실명제 실시후 평소 거래해온 고려증권 서울 상봉지점장 윤병옥씨(39)와 동화은행 종로5가 지점대리 이경엽씨(35) 등과 짜고 도명계좌를 이용,10억1천여만원을 불법인출한 사실도 확인하고 윤·이씨 등 2명에 대해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를 적용 구속했다.
◇공금횡령=경찰에 따르면 수배된 장씨는 자살한 구씨와 함께 회사자금을 운용해 오면서 6월23일부터 8월28일까지 회사소유의 동화은행 여의도지점 발행 양도성예금증서 30억여원과 (주)삼미특수강 발행 회사채 11억원,(주)대우전자 발행 회사채 20억원 등 모두 61억여원어치를 회사 몰래 시중에 매각,주식투자자금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 등은 이에 앞서 6월4일 회사로부터 30억원상당의 양도성예금 매입에 필요한 자금 28억2천여만원을 받아내고 위조한 증권사보관증을 회사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1백44억4천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불법인출=고려증권 상봉지점장 윤씨는 실명제 실시 다음날인 8월13일 은행고객 장모씨 등 7명의 위임장과 출금전표를 위조,9억3백여만원을 부정인출해 수배된 장 계장에게 건네줬다. 은행대리 이씨는 8월24일 「이승민」으로 돼있는 가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고객 몰래 실명전환신청서·예금청구서 등을 위조,2천9백만원을 인출하는 등 1억1천6만원을 불법인출했다.
◇자살=구 과장은 자신의 비리가 발각될 것으로 판단,8월28일 오후 8시55분 자신의 여동생이 사는 서울 구로구 시흥1동 한양아파트 12층 난간에서 투신자살했다.
◇수사=경찰은 구씨 자살후 회사측의 진정에 따라 수사에 착수,이들의 범행전모를 밝혀냈다.
회사측은 구씨 자살직후 구씨가 남긴 통장·인감을 이용,이들이 유용한 피해액 2백4억여원중 1백43억여원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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