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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화땐 남북관계 새 파장/비핵화 재검토발언 의미·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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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선 버젓이 추출… “성급했던 조치”/과학적 차원이지만 남북대화 영향
비핵화선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김시중 과기처장관의 8일 발언은 정부의 핵정책은 물론 남북관계 등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종욱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를 즉각 부인한 것으로 미뤄 김 장관의 발언은 공식 정부입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의 답변이 정부입장이라면서 지난해 2월 남북간 동시에 발효한 한반도 비핵확공동선언의 폐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핵화 공동선언 제3조에는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고 돼있다.
따라서 김 장관의 발언은 남북관계가 외교적 측면보다 과학적 측면만 고려한 입장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일과성으로 보기 어려운데다 정부 핵정책이 혼선을 겪어왔다는 점에 비춰 파장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91년 11월 노태우대통령의 비핵화선언이 장기적인 과학·에너지정책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줄독 견지해왔다.
즉 핵재처리시설을 갖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재활용하지 못한채 엄청난 자원낭비를 초래해 왔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핵재처리와 우라늄농축은 핵연료 주기의 핵심적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핵기술 확보 차원에서도 비핵화선언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비핵화선언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비단 과학계외에 정부내 보수일각에서도 줄곧 제기돼 왔다는 점에 비처 김 장관의 발언은 앞으로 정부의 핵정책에 큰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보수계 일각에선 북한의 영변에 위치한 방사화학 실험실이 핵재처리시설이 명백한데도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를 포기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지난해 5월 북한의 영변핵시설을 둘러본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방사화학실험실이 핵재처리시설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재처리시설이 없으면 불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이를 IAEA에 신고했던 것이다.
이와함께 같은 비핵보유국인 일본이 핵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들어 다량의 플루토늄을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상황도 비핵화선언이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선언은 결국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맞물려 있어 현실적으로 수정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그동안 북한핵의 완전한 투명성 확보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따른 남북 동시사찰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북측에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비핵화정책의 수정은 당면한 북한 핵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방벋을 포기하고 대북정책의 전면적 수정을 의미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또 비핵화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5일 새 정부 들어 첫 접촉을 가진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특사가 다룰 첫번째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이행을 들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남북한을 비롯,15개 국가가 핵무기 개발계획을 갖고있다는 미 국방부의 보고서와 맞물려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핵연료주기 확보에 따른 핵기술의 도모와 북한이 사실상 핵재처리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미뤄 일방적인 핵재처리시설 포기는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비록 남북간에 핵재처리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비핵화선언이 발효중이지만 이는 계속 쟁점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부처간 의견조율울 통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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