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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못배운 恨 푼 맹인 검정고시 강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앞못보는 처지에다 배우지 못한 한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시각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자식들 대할때 조금은 더 떳떳하게….』 7일 서울노원구상계동 맹인복지회관에서 열린 검정고시과정 수료식.
각고의 노력끝에 따낸 고입검정고시 합격증과 난생 처음 받아보는「졸업장」을 손에 쥔 맹인만학도들은 복받치는 감회를 견디기 힘든 듯 끝내 말끝을 흐렸다.
한국맹인복지연합회가 정규교육을 받지못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검정고시 강좌를 처음 개설한 것은 지난해 10월.
20대 청년에서부터 환갑을 넘긴 60대 할머니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를 시작,10개월만인 지난 8월의 고입검정고시에서 1기생 22명중 17명이 정상인들과 나란히 합격하는 기대밖의 성적을 올렸다.
이날 수료식에서 노력상을 받은 朴亢任씨(33.서울노원구중계동)는 역시 맹인인 남편과 함께 1년째 중풍으로 누워 계신 시어머니를 모시는 어려운 여건이었지만『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공부를계속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포부 를 밝혀 많은박수를 받았다.
朴씨는 변변한 점자교재 한권 구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여건을 「오직 배움만이 장애인으로서 겪어야했던 소외감과 사회의 무관심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이라는 집념과 열성으로 극복해 냈다고 말했다.
직접 교재를 만들어가며 수강생을 지도한 복지회관 직원.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격려 또한 큰 힘이 됐다.
『현재 전국 22만명의 시각장애자중 35%가 국졸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안마사로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많은 맹인들이 배움을 통해 경제적 자립능력을 쌓기원하지만 우리사회의 관심이나 정부의 정책등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수강생들과 동고동락해가며 직접 영어를 가르친 복지회관 金相連과장(34)은『예산이 부족해 더많은 「제자」를 가르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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