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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입학사정관

중앙일보

입력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다. 교육부는 5일 입학사정관제 지원신청 대학 중 10개 대학을 뽑아, 각각 1억3500만~4억원씩 올해 총 18억9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선정된 대학은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중앙대·건국대·인하대·가톨릭대·경북대. 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전국 200여 개 대학 중 15개교만 신청했다. <관계기사 p2면>

아무튼 입학사정관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교육부는 다음달 수시 2학기 모집때부터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입학사정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나.” 명확한 로드맵이 준비된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출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부
"혁신적 입시제도 수시 2학기부터 시범 시행하자"

대학
"충분한 협의없이 제도 도입 급급 졸속 시행은 안돼"

이 때문에 “교육부가 대학들과의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도 도입에만 급급했다”는 일부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
 
▶ 인성면접과 다른 게 뭔가
입학사정관제 지원신청 거부 대학들은 준비 미비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사전 조사는 커녕 입학사정관제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육부 뒤만 따라다닐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고려대 박유성 입학관리처장은 “한국 입시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국 유명대학에서 시행한다고 해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선 안된다”며 “졸속 시행될 경우 종전의 인성면접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일일이 보고해야 하므로 제도 운영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관리처장은 “매년 입시전형안을 수립·발표하는 것도 힘든 데 입학사정관제 운영까지 교육부 눈치를 봐야 한다면 기본업무 수행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며 “입학사정관 이름 공개도 위험이 뒤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지원 사업이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상당수 대학이 지원을 포기한 것은 우수학생 선발능력에 대한 공개가 자신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나랏돈을 받아놓긴 했지만
선정된 대학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교육부는) 수시 2학기부터 입학사정관을 활용하라고 하는데, 명확하게 준비된 건 없고….”

대학 내부적으로 입학사정관 채용 인원수과 선발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경북대 장동익 입학관리처장은 “아무리 빨리 채용한다고 해도 2008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정절차 시뮬레이션도 거쳐야 하는데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일부 대학은 ‘교육학 전공의 석·박사급’ ‘입시경험 있는 교원 출신’ 등으로 입학사정관 자격요건을 정해 놓았다. 하지만 상당수가 계약직이라 “누가 지원하겠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신분이 보장된 고교 교사가 연봉 3000만~4000만원을 받고 계약직인 입학사정관으로 오겠냐”며 “제대로 운영하려면 교육전문가 5~6명은 영입해야 하는 데 정부지원액은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정부지원금만큼 ‘대응투자’해야 한다.

교육부 지원이 3년 기한인 것도 문제. 연세대 이재용 입학관리처장은 “대학이 필요한 만큼 입학사정관을 채용했다가 지원이 중단되면 그 예산을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입학사정관의 공정성 확보도 부담스럽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관리처장은 “객관적 점수 외에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가미되는 데 외부에서 의혹의 눈초리로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도입초기이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학의 노력에 따라 입학사정관제의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입학사정관(入學査定官)
각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을 위해 선정하는 ‘입시전문가’다. 이들은 수능·내신·논술 등 점수화된 전형요소 뿐 아니라 학생의 개인환경, 잠재력 및 발전가능성 등을 살펴 학생을 선발한다.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재량활동은 물론 학생의 집안 사정까지 전형 자료로 활용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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