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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강경파득세 신호탄/조평통 한시해 숙청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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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실용주의노선 발언이 직접적 빌미된듯/대남·대미 담당관계자들 대대적 물갈이 예고
북한내 온건파 대남·대미전문가로 꼽히는 조평통 부위원장 한시해의 숙청은 최근 핵문제 해결에 있어 북한이 취하고 있는 강경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최근 당초 예상을 뒤엎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협상 및 남북대화에서 초강수를 두고 있는데 온건파 한의 숙청은 최근 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북한 권부내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한은 지난 8월 동경에서 열린 해외범민족대회에서 행한 실용주의노선 발언이 직접적인 빌미가 되어 숙청되었다는 것이 우리 정보소식통의 분석이다.
물론 한시해는 개인적으로 흠이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통일전선부 부부장(차관급)으로 재직중 담당분야인 미국에서 근무하던 노청수 참사 등 부하들의 수뢰사건으로 재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측근인 그는 재교육을 받고난후 곧 바로 복권돼 활동을 재개했었다.
특히 그가 북한의 유엔가입과 관련,미 국무부 솔로몬차관보의 북한측 창구역을 맡은데다 카터 전 미국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장을 낸 미국통이라는 점도 음미해 볼만하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북한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통보,지금가지의 대미유화적 자세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측 인사와 교분이 두터운 그의 숙청은 미국측에 대해 강경으로 선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이 6공시절 박철언특보의 북한내 막후 카운터파트를 맡는 등 대남온건파였다는 점에서 그의 숙청과 최근 북한의 대남 경경정책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주목된다.
때문에 한의 숙청은 북한 대남·대미관계를 담당하는 진영내 물갈이의 서막이라는 측면과 함께 다른 온건파 그룹들이 덩달아 실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관련,북한이 지난 8월초 대남전문가인 최봉춘 남북연락사무소 북측소장을 돌연 이성덕으로 교체한 것도 이와관련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도 김정일의 측근이나 한국과 미국을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양쪽과의 관계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나 교체후 무슨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이 숙청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북한 권력내부에 강경파가 완전히 득세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은 여전히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한 나진·선봉지구에 대한 대서방과의 경협에 온힘을 쏟고있고,최근 일련의 강성기류는 대남한·미국과의 관계에서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고 기선을 잡아보겠다는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 숙청은 최근 북한권부내 온건파들의 입지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신호임에 틀림없어 보인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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