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기부양책 최대관심/IMF·IBRD 총회 내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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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럽 단일통화·러원조등 난제많아/UR타결여부가 국가간협조 변수
29일부터 워싱턴에서 개막되는 제48차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합동연차총회는 과거 어느때보다 우울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될 것 같다. 심지어 이곳에 모인 금융인들 사이에는 『IMF나 IBRD가 50줄에 들어서는 갱년기 여인의 풀죽은 모습같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침체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일 낫다고 하는 미국 경제의 금년도 성장률이 2.4%로 예상될뿐 일본은 0.5%,독일·프랑스는 각각 마이너스 1.6%,1.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7대 부자나라가 보조를 맞추고 IMF 등이 제도적으로 밀고 나가면 웬만한 어려움들은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게 안된다. 세계경제의 기관차들부터 문제가 생긴 탓이다.
저마다의 심각한 고민때문에 종전같은 각군간의 정책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유럽의 단일통화제도가 시작부터 허둥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아무리 환율안정을 도모하자고 해봐야 독일 같은 나라가 돈줄을 죄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독일의 입장에서는 「통일 인플레」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국제적인 정책협조 차원에서는 배치되는 일이었다.
러시아를 비롯한 구 공산권 국가들의 문제로 IMF·IBRD체제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세계경제운용의 기존 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눈사태처럼 몰고 왔기 때문이다.
70년동안 사회주의 경제를 해왔던 나라한테 아무리 자본주의식의 통화안정정책을 촉구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국제 정치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국제금융기관들이 자금지원을 안해줄 수 없다.
25일 열린 G7 재무장관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기껏해야 『러시아의 시장경제전환이 대단히 복잡한 문제임에 주목했다』는 식의 모호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는 특별인출권 증액협의 등의 잡다한 기술적인 문제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세계경기,보다 정확히 말해 선진국 경기를 부양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G7를 중심으로 논의돼온 부양책의 골간은 각국의 재정정책 강화와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이다. 막전·막후 교섭을 통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기존의 국제금융시장 메커니즘으로서는 새롭게 잉태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복잡한 현안을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 세계경제 전체가 구조적 변환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종래의 처방으로는 도저히 약효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장 금년말까지로 시한이 박혀 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이 어떻게 될지가 주목거리다. 각국 재무장관들이 이번 총회기간중 개별면담하는 자리에서 가장 비중을 두어 논의하고 있는 사항도 바로 이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UR문제 해결 여부는 국가간 정책협조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 IMF체제의 향방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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