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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북한 핵줄다리기(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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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줄다리기가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막바지에 다가서는 느낌이다. 북한이 10월초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갖기로 예정했던 핵사찰에 관한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고 통고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대신에 제재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개발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는 세갈래 방향에서 진행되어 오던 남한­북한,북한­IAEA,북한­미국의 교섭에 상당한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비확산조약(NPT) 탈퇴위협 이후 이러한 구도는 그동안 미­북한간의 두차례회담이 이루어진 것이외에는 핵의혹 해소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다만 북한에 미국과의 직접대화라는 정치적 소득과 제재조치 논의의 유예라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고 있을 따름이다. 북한으로서는 처음 무모하게 보이던 NPT 탈퇴위협이 그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므로 더 버티면 좀 더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 7월 제네바에서 가졌던 2차 고위급접촉에 따른 시간표대로 진행됐다면 지금쯤 3차접촉이 재개될 시점이다. 그러나 그 조건은 남한과의 대화가 의미있는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미국과의 접촉을 열망하는 북한이 시간표에 쫓겨 그동안의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 올 가을께면 남북한 대화를 비롯,핵의혹 해소에 관해 상당히 낙관적인 견해가 대두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북한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남북한 대화의 재개조건으로 북한의 핵문제 해소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노력과 한미간의 군사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우리 정부가 밝혀야 회담을 갖겠다고 시한을 박아 우리측에 일방적으로 통고해 놓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한간이나 IAEA간에 논의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직접 풀어야 할 문제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북한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현제 국제적인 분위기는 북한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IAEA이사회에서 불성실한 북한의 태도를 총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하는가 하면 신중하던 우리정부도 제재조치 논의 가능성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클린턴 미국대통령,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총리도 때를 같이해 북한의 핵의혹을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북한 핵문제가 국제적인 제재조치의 장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불행한 사태가 오기 전에 북한이 성실한 태도를 보이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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