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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오세영.황인경등 아마추어 문인 문단의 벽 허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 7월1일 아마추어 문인 5백명은「서울문학회」를 출범시켰다.이들은 또 『신인상 또는 추천등의 등단과정없이 오로지 작품으로만 열려있는 지면을 꾸미겠다』며 계간종합문예지 『서울문학』을 11월에 창간할 예정이다.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추천,신인상수상 등의 일정한 등단 절차를 거친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이 소위「제도권 문단」이다.그러나 80년대말 출판자유화조치와 함께 문예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제각각 신인들을 대량으로 배출해냄으로써 등단의 권위는 제도권문단 스스 로에서 무너져내려 이제 아마추어문인들에게조차 무시당하게 된 것이다.
비문인들의 작품집 직접출간도 제도권문단의 벽을 허무는데 한몫하고 있다.현재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소설부문 10위까지의 작품중 『여자의 남자』(김한길),『베니스의 개성상인』(오세영),『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목민심서』(황인 경),『과학원 아이들』(이영섭)등 5개가 문인인명록에서는 이름을 찾을 수없는 사람들의 것이다.그러나 정작 문제는 본격문인들이 상업적 성공을 노리며 문학예술에서 문학상품시장으로 넘어와 본격문단과 대중 혹은 아마추어문단과의 경계를 모 호하게 만드는 데 있다.
대중문학은 철저하게 시장경제원리아래 움직인다.출판사는 읽힐만한 줄거리를 짜 적당한 사람에게 집필을 주문하거나 그러한 작품을 찾아 출간한다.일단 독서시장에 책을 내놓고는 사활을 걸고 무차별광고에 나선다.필요하면 평론도 사서 작품의 상품적 가치를높인다.이렇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면 그 작품과 작가는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광고효과를 상승.극대화시키게 된다.이 구조속에서 문학성.예술성은 고려될 수 없으며 오로지 잘 팔릴 수 있는상품적 가치만이 존중될 뿐이다.이 러한 문학시장구조를 부러워하며 본격문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중소비상품으로서의 작품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이렇듯 제도권문단의 벽이 헐리고 본격문학이 대중.아마추어문학으로 역류되는 현상에 대해 문단에선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이달 복간된 『문학정신』10월호는 특집으로「대중문학,두개의 얼굴」을 실었다.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소비사회체계에서 문학도 벗어날 수 없다』며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권위주의적 2분법을 넘어 이제 문인들은 소비대중으로서 독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같은 특집에서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문학은 오랫동안 지켜온 자신의 영역을 버리고 허겁지겁 한눈 팔 필요가 없다.가벼워지는 예술장르들 앞에서 그냥 그대로 의연하게 본격문학의 길을 갈때 문학 의 영역은 오히려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아마추어 대중문학이 판치는 것은『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중산층의 말하고싶은 욕구가 폭발된 과도기적현상』이라며『본격문학은 이러한 현상에 추종할 것이 아니라 올바로 이끌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京哲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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