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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투자가 경쟁력 좌우”(선진국 무엇이 다른가: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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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 기초부터 다시 쌓자/첨단지식 흡수 활용… 교육혁신 필요/행정 효율화로 전체 생산성 높여야/국제적 안목 갖춘 경영인 육성 시급
선진국은 후진국에 대칭되는 말이다.
후진국은 통상 듣기 좋게 개발도상국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 개발도상국이란 말은 주로 경제의 발전 정도가 낙후된 나라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에 대칭되는 선진국은 경제구조와 산업의 고도화가 이룩된 고소득국,곧 경제 선진국을 뜻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날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고 하는 것은 바로 경제적 측변에서 본 한국의 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세계은행(IBRD)은 최근에 발간한 93년판 「세계개발보고서」에서 한국의 91년도 1인당 GNP를 6천3백30달러로 추산하고,한국을 「최상위중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책 일관성이 중요
이 보고서에서는 91년도 1인당 GNP가 7천9백11달러 이상인 나라들이 고소득국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세계은행 분류기준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현재 고소득국,즉 경제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고소득 선진제국의 91년도 평균 1인당 GNP가 2만1천달러를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려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우리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새로운 국제경쟁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 등 다른 경제 주체들이 경제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줌으로써 이들의 생산성 향상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거시경제를 안정시키고,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며,정책집행의 투명성을 보장해줄 때 민간부문의 계획시야는 넓어지고 기업의 장기투자 등 민간경제활동은 촉진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기업경영의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이러한 여건조성 노력도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하기에 불리하지 않게,그리고 국제적 규범에 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민간부문 생산성 향상에 뒷받침이 될 도로·항만 등 기존개념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물론 「미국의 정보 고속도로망 건설」 등과 같은 정보화시대를 대비한 투자,혹은 일본과 같은 신사회간접자본 형성을 위한 투자를 긴 안목에서 추진해나가야 한다.
오늘날의 선진국은 이미 정보화관련 투자를 통한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창의력 제고를
곧 다가올 2000년대의 세계는 정보와 그 정보를 활용할 줄 아는 지식,그리고 창의력이 국제경쟁을 판가름하는 전략적 자원이 될 정보화사회 혹은 지식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 보는 것은 오늘의 상식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바로 이 지식을 생산하고,국민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육부문에 대해 투자를 늘리고 교육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강조되어야 할 점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정보화시대의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컴퓨터 등 정보화관련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민간부문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제도와 법규,그리고 행정규제를 정비하는 등 정부가 민간부문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야할 일들이 많다.
다만 강조되어야 할 점은 이러한 모든 개혁도 우리의 경쟁상대인 선진제국에 비해 적어도 불리하지 않아야 된다는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일들을 수행하는 정부부문 자체의 생산성 향상 또한 우리경제전체의 생산성향상을 위해 중요하다. 따라서 각종 행정제도의 개선과 행정능률향상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지구촌화와 기업 경영의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오늘날 세계시장에서의 기업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진제국 기업들의 각종 경영혁신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이들 기업과 경쟁해 이겨야 하는 우리 기업들이 해야할 일은 더욱 막중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새로운 제품의 생산 기술은 말할것도 없고,신시장 개척을 위한 판매기법 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오늘날 선진제국 기업들간에 유행하고 있는 타기업과의 기술제휴 등 기업간 연합과 합병 등의 수단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또 국제적 안목을 갖춘 경영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란 진공상태속에서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그 나라의 정치·사회·문화와 전통 등 제반 경제외적 여건속에서 성장·발전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제반 여건이 경제운영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그 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과 30여년동안에,선진제국이 적어도 1백년 이상 걸려 이룩한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해냈다. 따라서 오늘의 선진제국의 경우와 같이 오래 지속된 경제발전과 함께 경제외적 여건이변화하고 성숙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의식선진화 따라야
특히 정치·사회·문화의 저변에 깔려있는 국민의식의 경우 우리의 경제발전에 상응할 정도로 개선되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단계 높아진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좁은 국제적 안목은 우리 경제의 국제화와 세계화를 제약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선진제국에 비해 아직도 미흡한 우리 국민의 질서의식·청결의식과 같은 현대시민이 갖추어야 할 기초도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질서,예를 들어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해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식개혁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범국민적 운동을 통하여 국민의식 수준의 선진화가 이룩될 때 경제선진국 진입도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사공일 전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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