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동정책/실리위주 경제외교 펼 때/재건계획 참여 특수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PLO 등거리 외교는 일러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상호승인한 것을 계기로 장기간 화약고였던 중동지역에 평화가 깃들 것이 예상되고 이 분위기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한국의 대중동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아랍국가들의 반발을 우려,사실상 동결상태에 있는 이스라엘 관계를 실질적인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PLO와도 적정관계를 맺기 위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중동에 평화가 정착되면 중동국가들이 연 5백억달러 가량의 군비 가운데 상당액을 경제재건에 투자할 것으로 보여 「제2 중동특수」가 올 수도 있다고 판단,실리위주의 경제외교를 펼 시기로 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이스라엘과 PLO의 상호승인이 중동평화는 물론 한반도의 안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곳이 중동과 한반도였는데 중동이 잠잠해지면 결국 다음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반도로 옮겨질 것으로 외무부는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한국정부로 하여금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에 힘쓰게 할 것으로 보인다.
변종규 외무부 중동아국장은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후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으나 이제 중동외교의 장애물이 제거되는 만큼 점진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춘호교수(정치학)도 『지금까지 정부는 아랍권과의 경제관계,특히 석유수립 때문에 이스라엘과 소원한 외교관계를 가졌다』면서 『이제 이같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새 중동정책은 PLO를 국가로 인정하는 등 적정한 관계수립과 이스라엘에 상주 공관을 설치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스라엘에 상주공관 설치에 신중한 입장이나 현재 2억달러(92년 기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교역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그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한승주 외무장관에서 전화로 점령지개발 지원을 요청한 것이 대한경제협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증거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점령지구와 가자지역을 재건하는데는 줄잡아 1백20억∼1백30억달러가 들고 세계은행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사회간접 시설에 앞으로 10년간 43억달러의 재건기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란·이라크 등 아랍강경 국가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영토 등 국제법상 국가성립 요건을 못갖추어 승인을 못했던 PLO와의 관계개선이 아랍강경국들의 분위기를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동문제 해결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간주해온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독립국가 창설권을 포함한 제반 합법적인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PLO승인을 유보하고 있는 등 중동평화의 정착에는 변수가 아직 많아 신중한 접근을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 교수는 『이스라엘과 PLO가 승인한 것만 놓고 중동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등거리외교를 펴서는 안된다』며 정세를 좀 더 관망하는 신중한 대책을 강조했다.<박의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