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칼럼>이판사판춤과 요즘 20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판사판」춤이라 일컬어지는 기묘한 몸동작과 함께 「잘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산다…」고 외쳐대는 탤런트 출신 가수 신신애의 히트가요 『세상은 요지경』을 두고 그 노래가 최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요즘 젊은이 들의 의식구조를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젊은 가요 평론가가 있다.
美國의 5인조 팝그룹「뉴키즈 온 더 블록」이나 우리나라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르는 요란한 랩 스타일의 노래들이 10代청소년들의 의식과 행동을 대변하고 있다면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가요는 自虐的이고 自嘲的인 요즘 20代 젊은 이들의 의식세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異見이 있을 수 있기는 하지만『세상은 요지경』이라는노래에 담겨 있는 「이판사판」의식이 20대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그 젊은 가요 평론가의 견해에는 음미할만한 여지가 다분히 있다.그같은 관점은 요즘의 20대들 가운데상당수가 「미래에의 비전」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미래의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자기네들 책임이 아니라는 放棄의식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대졸 失業者 문제에서 요즘 20대들이 지니고 있는 그같은 의식구조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게 된다.그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이 어제 오늘의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문제를스스로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그들의 뜻에 맞지 않는한 쉽사리 사회에 同參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슬하에 26세의 大卒 실업자를 외아들로 둔 한 샐러리맨의 고민은 이렇다.재학중 방위병으로 복무하고 작년초 대학을 졸업한 그의 아들은 2년 가까이 놀면서 매달 50만원의 용돈을타내 그것을 쓰면서 소일하고 있다.그가 놀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그는 세차례에 걸쳐 대기업 入社시험에 응시했으나 그때마다 낙방한 것이다.아버지가 그같은 처지의 아들을 보고 있기만 한 것도 아니다.온갖 연줄을 동원해 출판사등 몇몇 군소업체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지만 한번은 「월급이 너 무 적다」는 이유로,또 한번은 「너무 고되다」는 이유로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어떤 직장은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처음부터 나가기를 거부했다.
50만원이면 그가 벌어들이는 월수입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액수인데 아들은 그마저도 모자라 이따금 어머니에게 별도의 용돈을우려내는 모양이라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그를 더욱 안쓰럽게 하는 것은 아들의 태도다.어머니가 이따금 걱정을 할라치면 아들은「언젠가는 되겠지」라거나「안되면 그만이지」따위의 대답으로 천하태평이라는 것이다.비슷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있다. 물론 이것은 대졸 실업자 문제에 국한된 나쁜 예에 불과할 것이다.아마 대다수의 대졸 실업자들은 월급이야 적더라도,일이야 고되더라도 일자리만 생긴다면 가리지 않고 달려들 자세를 가지고 있을는지도 모른다.본질적인 문제는 그들이 사회를 어떤 태도와 안목으로 바라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그들의 의식구조 속에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회나 기성세대에 대한 不信이며 못마땅함이다.
한 대기업체의 중견간부는 회사내에서 벌이는 개혁과 관련한 이런저런 행사들도 젊은 사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가 어려워 애로가많다고 호소한다.마지못해 따라오기는 하지만 냉소적이거나 방관적인 눈빛이 역력하다는 것이다.젊은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건전하고 긍정적인 인생관과 가치관이 점점 퇴색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성세대의 생각들이 단순한 杞憂에 불과한가를 따져봐야 할 때다.
사소한 예일지는 몰라도 최근 40대 경찰관에게 손찌검을 한 20대 검사의 경우나,술취해 길가에서 방뇨하다가 파출소에 연행되자 파출소의 기물을 마구 부순 20대 사법연수원생들의 경우도최근 20대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와 관련할 때 예 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순간적 실수였다는 변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德目의 문제인 것이다.
***관심기울여야할 課題 세상이 제아무리 험난하고 시끄럽게 돌아간다 해도 사람들은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돌아오리라는 기대속에서 살도록 되어있다.자기 시대에 좋은 꼴을 볼 수 없다면 자식 세대에 가서는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고 위안을삼는 것이 다.
그 기대와 희망이 계속 유효한 것이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의식세계에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며,그것은 司正이니 개혁이니 정신 차릴 수 없을만큼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긴박한 과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