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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색 도는 DJ "핵문제가 평양회담에 부담줘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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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난 정치인들은 DJ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고 입을 모은다. 대선 정국에서 범여권 통합과 관련해 조언을 해온 DJ는 8.28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도쿄 피랍 생환 34주년' 기념행사가 1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범여권 대선 주자와 국민의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희호 여사의 뒤편으로부터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의 권노갑 전 고문, 한화갑 전 대표, 김옥두 전 사무총장이 앉아 있다.[사진=강정현 기자]


DJ는 12일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는 6자회담의 몫"이라며 "핵 문제가 안 풀렸다고 해서 정상회담의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깨를 짓누르는 북핵 문제 진전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동교동은 요즘 정치인.관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DJ의 주가가 치솟는 데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DJ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이가 또 있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조만간 DJ를 직접 만나 훈수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DJ를 향한 범여권 대선 주자들의 '구애 경쟁'도 치열하다.

11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DJ 도쿄 피랍 생환 34주년 기념식'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투쟁해 온 DJ의 역사를 느낀다"(손학규), "DJ 피랍은 민주정권의 뿌리"(정동영), "2차 정상회담의 물꼬는 DJ의 1차 정상회담이 텄다"(이해찬)는 등 찬사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도 5일 광주 연설회에서 "3년 전 DJ로부터 '국민 화합의 적임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DJ는 범여권의 대선 구도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DJ는 이날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시민사회 쪽에 많은 몫을 내준 것은 살신성인이자 실질적으로 대통합이 이뤄진 것"이라며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판에 대해 (주자들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J는 차남 김홍업 의원을 민주당으로부터 탈당시키는 등 민주신당의 출범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DJ의 발언에 대해 "시한부 인생인 신당에 산소호흡기를 꽂아 준 격"이라고 비판했다.

범여권 대선 캠프에선 동교동계 인사 영입 바람도 분다. '국민의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의원이 이날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정 전 의장은 DJ의 사돈인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 사장을 전략.홍보총괄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정강현 기자<foneo@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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