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5년만에 고국개인전 재미화가 김흥모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근래 들어 상당히 그림이 차분해지고 명상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예전의 격렬한 액션 페인팅을 하기엔 체력이 달려서인지도모르겠습니다.』 8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진 초대전이후 5년만에 개인전(15~28일 예화랑)을 마련,본격적인 고국 나들이에 나선 재미화가 金興模씨(37.브루클린거주)는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며 웃는다.87년 미국의 유수화랑 가운 데 하나인 보팔갤러리의 유일한 한국인 전속작가가 돼 미국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펴오고 있는 그는 최근 2년간 시카고 아트페어를 주관하는 레이크 사이드 스튜디오가 갖고 있는 레이크사이드갤러리측 작가로 시카고 아트페어에 출 품하는등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망주.
패널위에 화선지를 찢어붙인후 먹 또는 아크릴 물감을 흔들어 뿌리거나 마른 물감이 남아있는 티슈페이퍼를 붙이고 물을 뿌리는행위작업이 수반되는 그의 작업은 추상표현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이같은 그의 작업이 40~50년대 서구화단을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 작품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의 화면 구성에서 돋보이는공간감 때문.그가 병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여러 폭으로 이뤄진 패널 구성도 그의 독창성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폭력적으로까지 보일 정도로 역동적인 힘이 넘쳐흘렀던 그의 화면은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겨다보는 세월 탓인지 꿈틀거리는 욕망을 심연에 애써 밀어넣으며 관념의 세계로 다가서려는 정숙함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이번 출품작은 그의 범신론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靈魂景」30여점.3미터가 넘는 대작등 큰 작품도 6점이나 선을보인다. 『제가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제가 자라나온 동양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제 체질에 맞는 조형언어를 구축해내는 것만이 어설픈흉내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서양문화의 한복판 에서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洪垠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