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직자 재산등록 낙수/“사정의식 10억 안넘기려 애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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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 구청장/눈치보기… 어제 20% 몰려/경기/딸 시집밑천 적금도 포함/전주
○“왜곡된 인식 바뀌길”
○…그동안 「복마전」 「비리의 온상」 등 갖은 오명이 쏟아진 서울시의 이번 재산등록 결과는 큰 관심을 끌었으나 일부를 제외하곤 의외로 큰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간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다행」이라는 분위기.
서울시 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정권 교체기나 사정바람이 불 때마다 온갖 시달림을 받아왔고 그때마다 비리 관련자가 물러났기 때문에 축재자가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라며 『일부 공직자중에는 터무니없이 적게 등록,재산을 은닉·축소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
○“대부분이 유산” 해명
○…시장·부시장과 1급이상 간부 등 9명이 공개 대상인 서울시 본청의 경우 이동 지하철건설본부장이 30억원을 약간 밑도는 액수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단연 수위를 차지.
이 본부장은 자신의 재산이 부친인 이호 전 법무장관이 살고 있는 서울 신문로 집 2백40평(공시지가 15억원) 등 상당수가 유산이라고 설명.
나머지 간부들은 3억8천만원에서 9억2천만원까지 각각 등록해 예상보다 적은 액수.
○기준변경… 되레 줄어
○…우명규 서울시 부시장은 1차때 부동산 등을 시가로 환산,19억4천여만원을 공개했으나 이번에는 공시지가로 바뀌는 바람에 오히려 7천2백여만원이 줄어들었다고 설명.
○일반예상에 못미쳐
○…재산공개 대상인 22개 구청장들은 대부분 10억원미만으로 알려져 일반의 예상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 이에대해 시주변에서는 『김영삼대통령이 10억원 이상을 가진 공직자에 대해 재산형성과정 등을 엄밀하게 가리라는 지시를 의식해 10억원을 넘기지 않기위해 갖은 묘안을 짜냈을 것』이라고 해석.
그러나 L·H·C구청장 등 일부는 10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
○한상현의원이 두번째
○…노원구 일대의 땅부자인 한상현의원(민자·노원2)의 3백억원을 넘어 서울시의회의 두번째 재력가로,영동호텔과 여의도호텔 주인인 오기창 서울시의회의원(민자·용산2)은 3백억원을 조금 밑돌아 3위를 기록.
이밖에 백창현 서울시의회의장은 서울 논현동 빌딩과 경기도 화성군 팔탄면 임야 7만평 등을 합해 1백41억원을 등록했고,유기종(민자·강서4)·김창학(동·구로6)·조정순(동·성동8)의원 등도 1백억원 이상의 막강한 재력을 과시.
○여야 재산편차 극심
○…서울시의회 의원들중 야당의원은 30여명에 이르는 30억원대 이상의 고액 재산가 대열에 한명도 끼이지 못해 여·야 의원들간에 극심한 재산편차를 입증.
야당의원중 이재진(민자·관악5)·조소현(동·서초5)·김기영(동·구로5)의원만이 20억원대를 넘었고 4∼5명이 10억원대에 끼였을뿐 나머지는 10억원미만을 등록.
특히 민주당 정흥진의원(종로3)은 5백여만원으로 꼴찌를 기록.
○기업 부채처리 고심
○…기업을 운영하는 의원들은 회사비밀에 속하는 부채의 처리를 놓고 고심했다는 후문.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부채도 공개할 수 있게 했으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끌어 쓴 빚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은행대출이나 사채조달이 어렵고 상대기업의 흑색선전 등으로 회사가 엉뚱한 곤경에 처할 우려가 있기 때문. 그러나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재산이 엄청나게 불어나게돼 이 또한 진퇴양난이었다는 것.
한 의원은 『부채를 넣고 빼는데 따라 재산액이 서너배 차이가 나 고민끝에 부채의 절반만 재산액에 포함시켰다』고 토로.
○주식 액면가신고 문제
○…당초 재산등록을 앞두고 1천억원대 재산가가 여러명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위가 3백억원대를 기록하자 시의회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공직자윤리법의 재산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현행법은 사실상 기업을 경영하더라도 주식회사 형태 등으로 명의가 법인일 경우 주식 소유지분의 액면가만 신고토록 돼있어 의원들의 등록 재산액이 실제보다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따라 호텔이나 기업 등을 몇개씩 거느리고 있는 의원들이 겨우 1백∼2백억원대를 등록하는가 하면 손꼽히는 재력가로 알려진 일부 의원들은 20억원 미만을 등록했는데 이와관련,일부 법인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은 『재산이 많을 것으로 생각,걱정했는데 기업은 소유주식만 신고하게 돼있어 고민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체면안서 고심끝에
○…노점상 출신으로 시의원에 당선된 전주시 임평식의원(중노송동)은 전세금 1천6백만원,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선산 3백만원 등 1천9백만원이 전부. 임 의원은 체면이 안서 고심끝에 지난 5월 취직한 딸이 시집갈 밑천으로 가입한 적금 1천만원짜리를 포함시키기도.<전주>
○9백58명중 백88명
○…등록대상자가 9백58명이나 되는 경기도의 경우 마감 하루전인 10일에만 무려 1백88명이 무더기로 등록해 여기서도 막판 눈치작전을 연출.
시장·군수 37명의 경우 이날 오후 권면식 옹진군수를 끝으로 등록을 모두 마쳤는데 30억원대 시장군수만도 I모시장,L모·K모군수 등 3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재산공개때 관심이 집중될 전망.
한편 「재산공개반대」 입장을 밝혔던 경기도의회의 경우 1백억원대 재산가가 2명,80억원대가 1명,30억∼40억원대는 20여명에 이른다는 것.<수원>
○최고재력가 여유 과시
○…광주시의회는 전체의원 23명중 상속을 많이받아 최고 재력가로 알려진 김길의원(53·과우신협이사장)은 신협이사들과 6일 동남아여행을 떠났다가 재산등록마감 다음날인 12일 귀국예정이어서 재력가다운 여유를 과시.
김 의원은 11일 부인을 통해 등록서류를 제출했는데 총액이 1백6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광주>
○10억대 재력 2∼3명
○…강원도의 경우 공직자 가운데 10억원대 재력가는 2∼3명에 그칠 전망이고,지방의원은 30억원대 1명을 포함,10억원대 이상이 5∼6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정부 공직자 및 국회의원과 같은 파문은 없을 전망.
한편 허현 원주의료원장이 7월26일자로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한때 재산공개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실제이유는 노조와의 마찰이라는 것.<춘천>
○차포함 2천2백만원
○…충남도의원 55명중 가장 많은 재산을 등록한 문성규의원(65·천안·민자)은 1백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김재봉의원(53·온양·민주)은 아파트 1동 1천7백50만원과 엑셀승용차 1대 4백50만원 등 모두 2천2백50만원을 등록해 충남도의회에서 가장 가난한 의원으로 등장.<대전>
○“빛 6백만원이 전부”
○…경남도의원중 첫날 등록해 제1호를 기록한 이일성의원(55·울산대 산업대교수)은 『줄일것도 없고,늘릴것도 없다』며 빚 6백만원을 신고.<창원>
○등록연기 신청서 제출
○…전남도의회 국창근의장이 10일 구비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재산등록 연기신청서를 도의회 사무처에 제출해 눈길.<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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