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예루살렘에 「팔」기가 펄럭/팔레스타인 현지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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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색깃발 흔들며 행진… 이군도 묵인/찬반데모 뒤섞여 분위기 어수선/“암살”위협속 아라파트 두문불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간 역사적인 상호승인이 이뤄진 1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는 희망과 기대·흥분과 분노가 교차했다. 이스라엘의 강경보수파들은 내각을 반역자로 몰아붙이며 시위를 계속 벌이고 팔레스타인 강경파들과 아라파트의 피를 보겠다고 선언하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중동 평화정착의 새로운 실험이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PLO간 상호승인 소식이 전해진 10일 팔레스타인인 집단거주지인 동예루살렘 구시가에는 지난 67년 이스라엘에 점령된 이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기가 곳곳에 내걸렸다.
팔레스타인인 수백명은 이날 예루살렘 성벽과 건물 옥상 등에 올라가 빨강·초록·하양·검정의 대형 팔레스타인기를 흔들며 춤을 추는가 하면 기를 앞세우고 행진을 벌이는 등 축제분위기.
이스라엘 군인들도 처음에는 기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등 이들과 승강이를 벌였으나 『팔레스타인기를 내거는 것이 이젠 불법이 아니다』는 항의에 이를 묵인.
그러나 이날 가자에서는 찬성과 반대데모가 함께 벌어져 어수선한 가운데 특히 강경파 하마스 지지자 수백명은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돈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한편 이번 상호승인에 반대하는 유대인 수백명도 예루살렘 중심가 총리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라빈총리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TV에 나와 자치안승인이 팔레스타인국가 창설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
○…이스라엘은 이 역사적인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이레적으로 튀니스에 TV특파원들을 보내 현지 생중계했는데 중재특사로 튀니스를 방문한 홀스트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양측의 상호승인 합의가 나온후 「역사적인」 결정이라면서 흥분의 빛을 감추지 못한 반면 당사자인 PLO간부들은 협상이 마무리된데 대한 안도감은 나타냈으나 흡족한 표정은 아니어서 대조적.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듯 PLO는 상호 승인을 경축하는 공식적인 행사는 커녕 환영성명조차 내지 않았으며 야세르 아라파트의장은 계속 공석에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부 니달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과격 게릴라조직인 파타혁명위원회는 10일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이 『국가를 배신하는 협정을 이스라엘과 체결했다』고 비난하면서 아라파트 의장을 암살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져 어수선.
또 팔레스타인 과격파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총사령부(PELP­GC) 지도자 아메드 지브릴은 아라파트가 10일 팔레스타인인들을 통째로 팔아 먹었다고 비난하면서 이 날은 팔레스타인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고 규정.
○…팔레스타인 자치협정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지지도는 지난주중에 60%로까지 상승한 것으로 예루살렘의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다하프 여론조사소가 이번주에 이스라엘 국민 5백8명과 이스라엘출신 아랍인 60명을 대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협정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가 찬성을 표한 반면 반대입장을 밝힌 경우는 39%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주 이 협정을 위한 협상이 타결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7%,반대율이 40%였다는 것.
한편 다하프 여론조사소가 이번주에 실시한 여론조사 대상자의 68%가 13일 워싱턴에서 조인될 예정인 팔레스타인 자치협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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