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한국사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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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가 처음으로 李基白교수의 한국사 개설서를 읽게 된 것은 1965년 봄 그의 수업시간에서였다.1961년에 발간된 그의『國史新論』이 수업시간에 소개된 참고서적의 하나였다.그 책에서 받은 깊은 인상 가운데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것은 다음 세가지다. 첫째는 그 책의 서론에 실려 있는 일본인 학자의 식민주의사관에 대한 비판이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었으며 또한 명쾌했다는 점이다.그는 「반도적 성격론」「사대주의론」등 몇개의 주제로나누어 그 사관이 지니는 논리적 근거들을 하나 하 나 비판했다.한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을 패배주의에 몰아넣는데 기여한것이 그 사관이었다.그 극복은 당시 우리 학계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던 터였다.
둘째는 그 책에 한국사에 관한 거의 모든 논저들이 소개돼 있었다는 점이다.그가 설명한 모든 주제마다에는 참고논저가 달려 있고,부록에는 시대와 분야로 나누어 역시 상세한 참고서목이 있었다. 셋째는 이 책에서 李교수가 사용한 용어가 뜻이 분명하고,서술이 쉽고 소박했으며 글의 연결이 또한 논리적이었다는 점이다. 『국사신론』은 그 뒤 여러차례 수정되고 또 보완됐다.1967년에 그것은 전면적으로 개편되어『한국사신론』이 되었다.다시1976년에 그 改正版이,1990년에는 그 新修版이 나왔다.이것은 李교수가 그동안 축적돼온 학계의 업적들을 추적해 검토.연구를 거듭해왔다는 뜻이 된다.
그 체제와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사회적 지배세력의 변천을 기준으로 한국의 전 역사를 하나의 일관된 체제로 정리했다는 점이다.그는 한국사의 대체적인 흐름을 지배세력의 사회적 기반이 확대되어 온 과정으로 파악 했다.
『한국사신론』에서 나타난 李교수의 이와같은 시도는 독창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것이기도 했다.그 책은 더 이상 李교수만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안으로 한국사학계와 나아가 한국의역사를 사랑하는 한국인 모두의 자랑이 되었다.밖 으로는 그것이한국인의 자존심에 대한 상징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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