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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베드타운 남하… 중부권 각광(고속철도시대: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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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전까지 53분… 출퇴근 가능/직장인 대거 이주 탈서울현상 불보듯/여행행태 변화 전국이 반일 생활권에
「레일위의 속도혁명」 「꿈의 열차」­. 고속철도가 우리 곁으로 달려오고 있다. 최고시속 3백㎞,평균시속 2백40㎞로 서울∼부산간을 2시간만에 주파하는 「꿈같은」 현실이 21세기 개막직후인 2002년이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게 될 고속철도시대는 교통혁명과 함께 생활상의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37분,대전까지 53분,대구까지는 85분. 서울에서 대전까지 출퇴근이 가능해진다. 천안·대전은 수도권으로,대구·경주·부산은 중부권이 되는 셈이다.
이쯤되면 굳이 교통혼잡하고 공해에 찌들고 집값 비싼 서울에서 사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전에서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자연 수도권의 범위가 확대되고 내집 마련과 전세값으로 허덕이는 샐러리맨들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탈서울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 정차역 주변에는 주거시설은 물론 병원·쇼핑센터·위락시설 등이 들어서 중부권 일대에 거대한 베드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국이 더욱 가까워짐으로써 문화·교육·행정 등의 측면에서 대도시 집중현상이 가속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서울이 코앞으로 다가와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어 인구분산 효과가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울이 더욱 비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고속철도가 정차하지 않는 중간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중간지점에 있는 나고야가 신간선이 생긴이후 도시기능이 낙후된 점이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수도권 집중에 대한 대책이나 지방의 균형발전 정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고속철도는 여행패턴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지금은 경주라도 한번 다녀오려면 최소한 1박2일은 잡아야 한다.
고속철도시대에는 굳이 호텔이나 여관신세를 지지 않아도 아침 일찍 출발해 오후 늦게면 관광을 마치고 서울로 충분히 돌아올 수 있게 되고 여름철이면 그날 당일로 부산 해운대에서 해수욕을 하고 올 수도 있다.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고속철도시대 개막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항공사다. 자칫 자신들의 승객중 많게는 30%까지 고속철도에 빼앗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항까지 나가기 위해 짜증스런 교통체증을 뚫고 도심을 빠져나가야 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도심을 통과해야하는 번거로움,출발시간보다 최소한 30분전에 공항에 나가야 하고 짐찾는 것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한다.
예컨대 서울에서 부산의 친척집이라도 다녀오려면 최소한 3시간반에서 4시간은 족히 걸린다. 비행시간이 서울∼부산간 1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출발시간에 맞춰 도심지의 역에만 나가면 즉시 탈 수 있는 고속철도의 편리성에 우선 뒤진다. 주말이나 명절때면 교통체증으로 서울∼부산까지 10시간 이상 걸리는 고속버스와 비교하면 고속철도는 「꿈의 교통수단」이다.
이처럼 고속철도는 국민들의 여행수단 선택에 대한 의식구조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보다 안전하면서 빠르고 쾌적한 수송수단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비행기·고속버스·새마을호 열차·고속철도를 비교할 때 어느 것이 더 편리하고 경제적일까.
A라는 회사원이 서울역·김포공항·고속터미널로부터 비교적 거리가 비슷한 여의도에서 출발해 부산시청으로 출장을 간다고 가정하고 비용·시간·거리·안락함에 따른 종합비용을 따져보면 고속철도의 유리함이 단연 돋보인다.
고속철도 건설공단의 조사분석에 따르면 고속철도의 요금을 비행기의 70% 수준으로 잡았을 때 부산까지 드는 종합비용은 고속철도 4만5천2백66원,새마을호 5만8천5백33원,우등고속 6만4천6백66원,비행기 6만4천7백원,자기운전 7만5천원이 들게 돼 고속철도의 효용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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