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팀/실명제후유증 “불안”/박재윤 경제수석의 중간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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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극복한것 아니라 아직 안나타났을뿐”/주도한 경제부처 낙관과 묘한 견해차
청와대 경제팀은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한 후유증 또는 파장에 대해 결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과천 경제부처 주변에서는 예상보다 충격이 크지 않은것 같다며 적이 안도하는 모습과는 아무래도 좀 다른 분위기다.
이번 실명제 전격시행과 관련,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이 소외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은 19일 기자와 만나 『우리 경제가 실명제 후유증을 극복한게 아니라 아직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전날 한 조찬간담회에서 이경식부총리가 『실명제 실시로 인한 충격을 보름내에 안정시키겠으며,앞으로 3개월내에 실명제를 완전 정착시키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박 수석으로서는 실명제 파장이 경제현실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명제 실시에 관한 경제회복이 먼저라며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입장도 실명제 이후의 경제동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듯 하다.
박 수석은 금융실명제 조치를 취하면서 두가지 사태,즉 예금인출과 증시혼란을 가장 우려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금융실명제를 정치적 판단과 경제적 요소가 대충 절반씩 감안된 조치라고 해석한 그는 그러나 앞으로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경제적 측면을 많이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 등 현장에서 나오는 소리를 토대로 보완 또는 수정하는 작업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경제정책을 새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팀이 독주한다는 비판이 있게 된 배경에 대해 두가지 사안을 들어 해명하기도 했다. 금융실명제와 금리자유화 조치에 관한 것이다.
실명제에 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침도 밝히면 곤란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었는데 지난 3월 경제기획원이 5월말까지 실명제 일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혼선이 일자 자신이 이를 진화했다는 것이다.
또 재무부가 3월말까지 금리자유화 2단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도 두번째 금리인하를 앞두고 있던 청와대 방침과 달라 이를 번복케 했다는 설명이다.
박 수석은 최근 이 부총리의 얼굴에 그전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것 같다는 말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도 부총리의 자신감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명제같이 중대한 조치를 취해 놓고 경제팀장이 자신없어 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이제 6개월 된 청와대 근무가 몇년은 된 것 같다』느 말로 신경제 추진작업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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