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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공원은 박물관 터로 부적합"|전국진 <서울 동작구 사당 2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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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제 총독부 건물이 헐리게 되었다. 문민 정부 들어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현시적 조치로 상해 임시 정부 선열들의 유해를 국립묘지로 봉환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내린 결단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줄 안다.
이에 문화체육부 장관은 중앙박물관의 이전을 위해 용산에 있는 가족 공원 9만평의 부지 중 3만평을 이용, 2000년까지 새로운 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대통령의 중앙박물관 해체 지시 하루만에 문화체육부 장관이 졸속으로 결정, 발표한 용산 가족 공원은 새 국립박물관 자리로서는 적절치 않다.
첫째, 용산 가족 공원은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완전 이전을 전제로 해 단계적으로 서울시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1차로 인수된 미군 기지의 일부로 당초 완전 이전 계획을 수립하였다가 최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전 계획이 백지화된 상태이다. 백보를 양보해 이곳이 박물관의 최적지라 하더라도 미군이 완전 이전한 뒤 종합적인 부지 이용 계획을 수립, 진입로·전망 등이 양호한 위치를 선정해 건립할 일이지 먼저 돌려 받은 구식 땅에 후손에 길이 물려줄 중앙박물관을 세우는 것은 국가 백년대계가 아니다.
둘째, 미군 기지 전체를 돌려 받더라도 서울 시내에서는 박물관 적지를 찾지 말아야 한다. 이 박물관이 준공될 2000년에는 전국의 자동차가 1천2백만대를 넘고 수도권에는 7백만대의 자동차가 몰려 서울 시내 주행 속도가 시속 7개m미만이 될 것이라고 한다. 국립박물관과 같은 대형 건물이 유발하는 교통 수요와 인적 통행 수요를 감안할 때 정체·혼잡·매연으로 찌든 도심에 박물관을 지을 이유가 없다.
셋째, 이번에 짓는 국립중앙박물관은 통일 한국을 대비, 위치와 설계가 고려돼야 한다. 우리 세대에 기필코 통일을 이룩하리라는 다짐이 새 박물관의 입지 선정에 담겨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이 아닌 다른 곳, 예를 들어 임진강 부근으로 올라가야 한다. 개성 즘에 짓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나 그것은 통일 후에 다시 생각할 일이다.
위에서 거론한 이유 때문에 새 박물관의 부지는 서울이 아닌 곳으로 가야 한다. 개관 후 한때 관람객이 밀리던 독립기념관이 지금은 입장료 수입이 적어 유지도 힘겹다 하니 독립기념관 옆으로 가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곳이 너무 멀다면 과천의 현대미술관 옆을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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