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 스위스서도 개고기 먹네" 유럽동물보호단체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막 잡은 개(대부분 강아지)를 암염이나 허브에 약 2주 동안 절여 놓는다. 이어 연기에 쏘여 훈제로 만든 뒤 벽에 걸어놓고 육포로 즐긴다. 그게 싫으면 소시지로 만들어 장기 보관할 수도 있다.

서울 뒷골목의 '영양탕집'에서 개발한 신메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스위스 산간지역인 아펜젤에 전해 내려오는 개고기 요리법이다. 스위스 알프스 산기슭에는 오래전부터 개를 잡아 육포나 소시지 같은 저장성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고양이 요리 비법도 전해 내려온다. 스위스 산간을 빼고는 서구를 통틀어 보기 힘든 희귀한 풍습이다. 그 같은 스위스의 개.고양이 고기 식용 풍습이 최근 유럽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강력한 반대운동에 부닥쳤다.

로이터통신은 13일 "독일에 본부를 둔 '유럽 동물 자연보호 연합' 대표인 노르베르트 귄스터가 스위스 정부에 법을 보완해 애완동물을 보호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귄스터는 "스위스의 개.고양이들이 주인의 입맛에 따라 염장되거나 훈제가 돼 먹거리로 사라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스위스 정부는 개.고양이 고기의 매매와 유통만 법률로 금지할 뿐 집안에서의 '사적 소비'는 금지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의 동물보호단체들도 시큰둥하다. "국민들이 저녁상에 무엇을 올릴지 나라가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오랜 전통인 개고기 먹는 관습을 법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리히에 본부를 둔 동물단체 '프로티어'의 리타 두보아는 "대부분 농가들은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을 경우 살림 형편상 몇 마리를 없애야 할 때가 있다"며"그럴 경우 잡아먹는 것도 한 방법이란 게 스위스 농부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개고기 식용 풍습은 영국.독일 등 서구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져 왔다. 1994년 독일방송 'RTS TV'에 출연한 한 독일어권 스위스인은 "우리는 개를 총으로 쏴 죽인 뒤 요리해 먹는다"고 말했었다. 당시 함께 출연한 독일인 의사는 "개고기가 건강에도 좋고 맛도 있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또 2001년 영국의 더 타임스는 "스위스인들이 개고기 육포를 먹어 왔었다"며 "유럽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