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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는 “여보세요”/김일 특별취재단(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대전엑스포는 첨단과학의 경연장이라는 말을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첨단의 입체영상과 자기부상열차,미래형자동차,고화질 TV,과학위성 등 앞서가는 과학적 결실물이 엑스포에 자리잡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첨단」 자가 부끄러운 상식밖의 비과학적 사고가 엑스포에서 일어나 고개를 갸우둥하게 하고 있다.
12일 오후에 벌어진 엑스포장의 전화두절사태는 과연 엑스포가 끝까지 별 사고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부호를 던지게 하고 있다.
엑스포장과 엑스포타운(아파트)의 3천여개 일반전화회선 모두와 공중전화 4백여회선이 끊기는 사고는 이날 오후 1시30분에 일어나 오후 7시3분에야 해결됐다.
한국통신 북대전전화국이 엑스포를 위해 신설한 863국의 모든 전화가 불통됐고 국이 다른 일부 공중전화만 통화가 가능한 「통신암흑」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 사고로 엑스포조직위가 우왕좌왕,행사진행이 헝클어져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주었고 특히 보도진들은 기사 및 사진 전송을 제대로 하지못해 대소동이 벌어졌다.
엑스포가 귀머거리가 된 것이다.
간부들도 원인파악을 못한채 당황하기만 했고 책임지고 사과를 하거나 수습을 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간부는 『한국통신의 책임』 이라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한 관람객은 『여관에 물이안나오면 여관 주인이 양동이라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한국통신 역시 신속한 수습을 못하고 5시간30분이나 지나서 해결하는 위기대처 능력의 결핍을 보였다.
모든 전화의 국에는 비상에 대비해 한대의 예비교환기를 설치해두고 있는데 이날 사고는 두대의 교환기가 동시에 서버리는 상식밖의 사태에서 비롯된다.
원인분석 결과 교환기의 소프트웨어 문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취약한 우리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보다 핵심적인 문제는 전화에만 이같은 구멍이 있지 않으리라는데 있다.
엑스포조직위는 지금부터라도 운영 소프트웨어의 모든 곳을 점검,「재앙」을 막아야한다.<대전엑스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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