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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고 술 줄이며 식이요법 '건강 괜찮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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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10면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회담을 수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심심찮게 보도된 이후였기 때문이다. 7년 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58세의 건장한 모습으로 당시 74세의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한 김 위원장은, 이제 65세가 돼 네 살 아래인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한다. 정상회담 직후 남한 사회에 인민복 패션 등 ‘김정일 신드롬’을 몰고 온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는 어떤 스타일로 무대에 오를지 주목된다.

김정일 건강과 스타일

김 위원장의 건강은 ‘괜찮다’는 게 정보 소식통의 결론이다.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처럼 유전적인 심장병, 당뇨를 앓고 있지만 철저한 관리, 식이요법으로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건강이상설은 독일 의사들의 평양 방문이 계기였다. 김 위원장이 심장수술(bypass·대체혈관수술)을 받았다는 것.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심장수술을 담당한 독일 의료진 7~8명이 북한을 방문했지만 단순한 스텐트삽입술(금속망으로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했거나, 심장검사를 한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심장센터 의사들은 지난 5월 12일부터 19일까지 방북했다. 6월 11일 북한 언론은 이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진료했다고 보도했다. 바이패스 수술을 받으면 1~2주 입원을 해야 하고 최소 한달 이상의 요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독일 의사들이 귀환한 이후 2주도 안 돼 공개 활동에 나섰다. 팔놀림도 자유로웠다.

4월 25일의 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을 분석한 결과 목 주름이 심해졌고 탈모가 진행됐으며, 얼굴이 수척해졌다는 분석들도 나왔다. 당뇨가 심해진 것이란 관측이다. 김 국정원장은 복장이나 사진촬영 각도에 따라 배가 들어가 보일 수 있고 머리숱도 조명에 따라 많이 빠진 것처럼 비치지만 건강이 나빠진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진을 분석하면 웃을 땐 목 주름이 많았다고 한다.

한때 독주 폭음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담배를 끊고 술도 절제하고 있다. 2000년 김 위원장을 인터뷰한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담배를 끊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50대에는 포도주를 하루에 반 병 정도 마셨다고 한다. 2001년 여름 3주간 그의 러시아 열차 여행에 동승한 콘스탄틴 폴리코프스키 러시아 연방 극동지구 전권대사의 증언이다. 하지만 2000년 정상회담장에서는 포도주 10잔을 한자리에서 들이켜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미식가다. 1차 정상회담 때나 2005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방북 시 내놓은 식단에는 산해진미가 올랐다. 곰발똥찜(곰발바닥 요리), 야자상어날개탕(야자 껍질에 담은 상어 지느러미 수프) 등. 야자상어날개탕은 김 위원장이 가장 즐기는 요리라고 한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한 뒤 북한을 탈출한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에서 “최고급의 희귀한 요리 재료를 구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다녔다”고 전했다. 폴리코프스키 역시 “김 위원장은 요리법을 잘 알고 있었고 미식가였다”며 열차 여행 기간 매일 산 바닷가재가 공수되곤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즐기는 술은 헤네시 XO 코냑이다. 이 같은 술과 음식 재료들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뒤 유엔이 취한 대북 제재조치의 ‘사치품 반입 금지’ 품목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식도락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비교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정일의 패션도 주목거리다. 1m65㎝의 단신을 커버하기 위한 10~12㎝ 키높이 구두, 위로 올려세운 헤어스타일, 카키색 인민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회담할 때도 인민복을 입었는데, 일본 측 참가자는 “옷감 소재는 최고급 캐시미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점퍼와 회색 인민복 차림으로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 2005년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에는 큰 주머니가 달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방한복을 입기도 했다. 선글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선글라스가 아닌 일반 안경을 쓰고 현지지도를 하는 사진이 공개돼 심각한 당뇨로 시력이 악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은 7년 전 김대중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을 때 그러데이션(점차 색이 옅어지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다가 다음날 무색 안경을 바꿔 쓰고 나왔다. 남측 언론의 비판적 논조에 신경을 썼다는 말도 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 땐 선글라스를, 보통 행사 땐 무색 안경을 쓴다고 한다. 정치인의 복장은 안팎을 향한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하든 안하든 그 자체로 화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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