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발표 기다리며 초조한 하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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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03면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이채복씨가 피랍된 아들 제창희씨의 석방을 호소하는 UCC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이 조만간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피랍가족모임이 13일 예정했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방문을 보류하기로 했다. 가족들은 사태 해결에 대한 간절한 희망 속에 정부의 ‘석방 합의’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프간 피랍 가족, 국제사회 호소 위한 두바이行 보류

피랍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탈레반과 정부의 대면 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우선 협상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피랍가족모임은 13일 오전 11시55분발 대한항공편의 두바이행 발권을 이날 오후 취소했다. 가족모임은 지난 10일 국제사회에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도와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가족 5명을 3박4일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보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차 대표는 “이번 결정은 외교통상부의 요청이 아닌 가족들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가족들은 정부와 탈레반 대표단의 대면 협상이 긍정적이라는 보도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전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들뜨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라며 “다만 정부 대표단이 대면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많이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모임은 이날 오후 피랍자 석방을 호소하는 사용자제작콘텐트(UCC)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눈물 한 방울도 내 것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피랍된 제창희(38)씨의 어머니 이채복(69)씨와 누나 미숙(45)씨가 만든 것으로 제씨의 어릴 적 사진과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 등을 담았다. 이 영상은 미국의 UCC 사이트인 유튜브에 가족들이 올린 것이다. 가족모임에서 UCC 동영상을 만든 것은 지난 6일 류행식(36)씨가 피랍된 아내 김윤영(35)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을 담은 ‘아프간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후 세 번째다.

이에 앞서 백종천 안보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11일 낮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피랍자 가족들과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백 실장이 오늘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피랍자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특사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을 알려 드리면서 위로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특히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준비와 별도로 아프간 피랍자 문제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며 “무장단체 측과의 직접 접촉 동향에 대해서도 성의를 다해 알려 드렸다”고 했다.

피랍가족모임 관계자는 “백 실장은 ‘진작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다’ ‘어제 오늘 협상이 계속되고 있으니 기다려 보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청와대에서 백 실장, 차성수 시민사회수석,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이 참석했다.

가족모임 사무실이 있는 분당의 샘물교회에는 권혁수 장로를 비롯한 10여 명이 긴급회의를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으며, 가족들도 속속 사무실로 모여 무사귀환을 기도하는 예배 모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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