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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남북 정상회담에 주목받는 현정은 현대 회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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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18면

신인섭 기자

4일부터 7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대회.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6일 저녁 진행된 ‘현대인의 밤’ 순서였다. 조별 장기자랑을 마친 신입사원들이 현정은(52) 회장을 연호하자 사회를 맡았던 개그맨 김제동이 마이크를 현 회장에게 넘겼다.

“현대증권 팔 생각없다”

신입사원들 앞에서 현 회장은 댄스곡인 ‘배반의 장미’로 분위기를 띄웠다.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김광석의 발라드곡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이라는 노래도 불렀다. 행사에 참석했던 현대 계열사의 한 임원은 “오너 경영인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며 “이날 현 회장이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 총수로서 4년간 경영 애환을 이들 노래로 표현한 것일까.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 뒤인 2003년 10월 현 회장은 집안살림만 하던 주부에서 그룹 총수로 변신했다. 특히 정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주선하면서 비밀리에 북한에 송금까지 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회장은 당시 “나는 사업가”라고 대꾸했다. 그는 대북송금과 비자금 문제로 수사를 받던 중 투신자살했다. 공교롭게도 김만복 국정원장이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을 때인 5일 현 회장도 북한에 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혹시 남편이 했던 것과 같이 이번에도 현대그룹의 현 회장이 뭔가를…”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현대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현 회장은 당시 금강산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하고 있었고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전화보고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음을 알았다”며 “이번에는 정말 현대그룹의 역할이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현 회장은 정상회담 성사 소식을 듣고 “남북 경협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는 다소 밋밋한(?) 말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소회는 남달랐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현대는 28일에 있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최대 수혜 기업이다. 마침 20일부터 31일 사이에 현 회장이 평양 방문을 제안해놓은 터라 정상회담에 수행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현대의 대북사업이 제2의 도약을 맞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안인 금강산·개성공단 사업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북측과 전력·통신·댐·비행장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같은 굵직한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현 회장과 현대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미 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까지 열리면 대북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백두산·개성 관광사업▶통천·비로봉 등 다양한 금강산 관광코스 개발 ▶2025년까지 30억 달러를 투자해 해금강∼원산에 이르는 금강산 일대 19억8348㎡(약 6억 평)를 개발하는 금강산 종합개발 2단계 개성공단 사업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2단계 개성공단 사업. 널리 알려진 대로 개성공단 조성은 2000년 6·15 회담의 최대 성과물 중 하나다.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개성공단 사업은 8·28 정상회담 성사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번 제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한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 확대 등을 위한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르면 연말께부터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사실 현 회장은 요즘 친한 사람을 만나면 김윤규(아천글로벌 회장)전 현대아산 부회장과 시동생인 정몽준(국회의원)현대중공업 고문 등의 이름을 자주 꺼낸다고 한다. 그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 회장은 최근 김윤규 전 부회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 전 부회장은 현대그룹 재직 때 추진했던 대북사업 인맥과 아이템을 활용해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또 시동생인 정 고문이 호시탐탐 현대상선 인수 등 현대그룹을 노리고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채권단으로 넘어간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도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 회장은 특히 박진원 변호사를 못마땅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변호사는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정 고문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정 고문이 200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대선기획단장을 맡기도 했었다.
 
현 회장이 정 고문과 박 변호사 이름을 입에 담는 뜻은 뭘까. 현재로서는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 맞춰져 있다.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께 이뤄질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들 두 사람이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막대한 자금동원력이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우선 인수할 돈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증권·현대엘리베이터 같은 알짜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
 
지난달에도 증권시장에서 농협이 현대증권 지분을 사들인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현대 측은 즉각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다. 비슷한 시기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사업 부문 매각설이 고개를 들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물류자동화장비·주차설비 등 비(非)승강기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고, 현 회장이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스위스 쉰들러사의 알프레도 쉰들러 회장을 만났던 터라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된 것이다.
 
잇따른 인수합병(M&A)설에 대해 현대 측은 “지나친 억측이다”고 일축한다. 노치용 현대증권 부사장은 “현대증권 지분 매각과 관련해 농협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잘나가는 회사를 팔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헛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현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지금 규모로 현대가 회사를 (M&A 시장에) 내놓을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논란은 결국 현대건설 인수 문제로 귀결된다.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현대건설을 인수, ‘현대 본가’로서 정통성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별도 조직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분명히 준비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재 2조원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에서 현대건설의 ‘몸값’은 7조~8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현 회장의 현대호(號)는 시장에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이 호전되면서 최근 현대는 “3년 연속 흑자 달성과 경영권 안정을 바탕으로 공격경영과 수익성 제고에 나서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해운·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의 업황이 순풍을 만나는 행운도 따라줬다. 최근엔 개성 관광,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낙마 문제로 북측과 삐거덕거리는 듯하더니 이번에 정상회담이라는 호재가 터졌다.
 
지난 4일 현 회장은 금강산에서 270여 명의 신입사원에게 “단 300명의 스파르타군이 100만의 페르시아 대군과 맞섰던 것처럼 현대는 강인한 도전정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싸워 이겨왔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자신의 바람대로 스파르타군의 장수가 될 수 있을까.

김윤규·정몽준 이름 대며 서운한 감정 표출하기도

시동생인 정 고문이 호시탐탐 현대상선 인수 등 현대그룹을 노리고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채권단으로 넘어간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도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 회장은 특히 박진원 변호사를 못마땅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변호사는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정 고문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정 고문이 200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대선기획단장을 맡기도 했었다.

현 회장이 정 고문과 박 변호사 이름을 입에 담는 뜻은 뭘까. 현재로서는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 맞춰져 있다.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께 이뤄질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들 두 사람이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막대한 자금동원력이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우선 인수할 돈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증권·현대엘리베이터 같은 알짜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

지난달에도 증권시장에서 농협이 현대증권 지분을 사들인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현대 측은 즉각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다. 비슷한 시기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사업 부문 매각설이 고개를 들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물류자동화장비·주차설비 등 비(非)승강기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고, 현 회장이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스위스 쉰들러사의 알프레도 쉰들러 회장을 만났던 터라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된 것이다.

잇따른 인수합병(M&A)설에 대해 현대 측은 “지나친 억측이다”고 일축한다. 노치용 현대증권 부사장은 “현대증권 지분 매각과 관련해 농협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잘나가는 회사를 팔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헛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현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지금 규모로 현대가 회사를 (M&A 시장에) 내놓을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논란은 결국 현대건설 인수 문제로 귀결된다.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현대건설을 인수, ‘현대 본가’로서 정통성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별도 조직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분명히 준비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재 2조원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몸값’은 7조~8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현 회장의 현대호(號)는 시장에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이 호전되면서 최근 현대는 “3년 연속 흑자 달성과 경영권 안정을 바탕으로 공격경영과 수익성 제고에 나서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해운·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의 업황이 순풍을 만나는 행운도 따라줬다. 최근엔 개성 관광,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낙마 문제로 북측과 삐거덕거리는 듯하더니 이번에 정상회담이라는 호재가 터졌다.

지난 4일 현 회장은 금강산에서 270여 명의 신입사원에게 “단 300명의 스파르타군이 100만의 페르시아 대군과 맞섰던 것처럼 현대는 강인한 도전정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싸워 이겨왔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자신의 바람대로 스파르타군의 장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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