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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 한나라당 경선 특집 洪·元 완주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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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08면

연합뉴스

“내게 주는 표, 死票 아닙니다”
대선 승리 위해 자신 역할 강조하는 홍준표 후보

“홍준표 지지하는 표는 사표(死票)가 아닙니다. 그런데 자꾸 홍준표 찍으면 누구 된다고 소문을 내고, 홍준표가 드롭(drop)하고 어떤 후보 돕기로 했다고 소문을 내는 바람에….”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만난 홍준표 후보는 ‘사표론’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고,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다. 대통령 후보를 왜 뽑나. 12월 19일날 본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그러자면 경선 뒤에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 극렬하게 대립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진영의 단합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도모할 적임자가 나 아닌가. 그러자면 당내 기반이 있어야 하고, 홍준표 찍는 표는 오히려 본선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중앙포토

그는 경선 과정에서 유혹도 받았다고 말했다. “한쪽은 드롭해 달라고 요구했고, 다른 한쪽은 끝까지 가달라는 요구였다”는 것이었다. 그는 “난 끝까지 가서 아름답게 경선을 마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만두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말 그대로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출마했다. 정책토론회 이틀 전이었다. 캠프는 자신이 맡고 있는 국회환경노동위원장실과 의원회관 사무실에 차렸고, 인원은 보좌진과 지구당 직원 등 달랑 10여 명이었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는 청빈대통령, 서민대통령을 내걸고 “이명박 후보, 박근혜 후보가 낙마하면 흠 없는 내가 있다”고 ‘대안론’을 외쳤다. 지지도는 출마 2주 만에 4.8%까지 올랐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그의 요즘 지지도는 1% 안팎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는 대안론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빅2 불가론'을 노골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던 데서 원인을 찾았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죠. 만약 제가 대안론을 주장하면서 양 후보를 극렬하게 몰아붙였다면 한나라당의 상처가 더 크다고 봤습니다. 진보 정권 10년을 종식시킬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나만의 영달을 위해 두 후보에게 상처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두 후보에게 상처를 내려면 여권보다 내가 더 많이 알죠.”

그는 줄곧 경선 뒤 지도부 개편을 위한 전당대회를 주장해 왔다. 논리가 선명했다. “진보 정권 10년 뒤 보수정당이 정권을 찾아온 유럽을 보면 첫째 뉴페이스(new face)를 내세우고, 둘째 당의 정강정책을 혁신합니다. 이미 과거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10월 중순께 당이라도 인적 혁신과 정책 혁신을 해야지요.”

그는 돈과 조직 없이 치른 당내 경선은 세 번 모두 졌지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선거는 세 번 모두 이겼다고 소개하며 당의 풍토를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독백처럼 말했다.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적도 없고, 대기업 회장도 하지 못했지만 검사 시절 정의를 세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고, 정치판에 들어와서는 총풍, 병풍, 안풍, 세풍을 온몸으로 막아냈고 당의 혁신을 주도했다. 홍준표를 당원들이 알아줄 날도 있지 않겠나.”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 “내가 연설하면 뒤쪽에서 ‘다음에’‘다음에’ ‘차기’ ‘차기’ 그래요. 인기야 경선장에서 내가 제일 많지요. 하하.”

홍준표 후보는…

▶1954년 경남 창녕 출생 ▶영남고, 고려대 법대 졸업 ▶서울지검, 광주지검 검사(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수사 등으로 ‘모래시계’ 검사로 불림) <▶15, 16, 17대 국회의원(서울 동대문을)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주요 공약: 반값 아파트, 성인 1인 1주택제, 토지소유상한제, 교육예산 국내총생산(GDP) 6% 확보로 서민 자녀 무상교육, 서민 무상의료, 사회 대타협으로 파업 없는 나라

“개혁성 보태야 본선 승리”
한나라당 내부 변화 외치는 원희룡 후보

“마라톤을 할 때 33㎞ 지점에서 포기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39㎞를 뛰어놓고 포기하진 않죠.”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나라당 원희룡 경선후보의 표정은 의외로 생기가 넘쳤다. 이명박ㆍ박근혜 후보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는 사람답지 않았다. 마라톤 마니아(풀코스 8번 완주)인 그는 “막판에 다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두 손을 치켜들고 메인 스타디움의 골인점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당내의 대표적인 비주류다. 개혁 성향의 소장파로 분류되는 그는 종종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2004년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반대하다가 마지못해 표결에 참여했다. 지난해 초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사립학교법 문제로 강경투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이념적으로 병(病)적”이라고 했다가 큰 갈등을 빚었다.

당시 얘기를 꺼내자 그는 “박근혜 후보는 이념적 편견이 변한 게 없으며 그것이 바로 한계”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사회적 약자를 기득권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ㆍ박 두 후보가 모든 점에서 만족스럽다면 그들을 찍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독재식의 일방적인 성장과 반공 냉전 논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내게 표를 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나라당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량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심정으로 지지해달라”고 덧붙였다.

2004년 전당대회에서 그는 박근혜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이 됐다. 당시 소장파 의원들은 원 후보에게 힘을 몰아줬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그의 곁에 없다. 대부분 ‘빅2’ 진영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당내 개혁파가) 세력화를 하려면 힘을 가져야 한다는 현실론을 일부 이해한다”면서도 “솔직히 좀 편하게 가고 싶다는 타협의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지금도 그를 바라보는 당내 주류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사사건건 당론에 시비를 거는 독불장군 아니냐는 것이다. “저래서야 대선은커녕 다음 총선에서 공천이나 받겠느냐”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는 “한나라당에 (개혁의) 씨를 뿌려야 하는데 참 척박하다”며 “어떤 때는 간첩 취급까지 받아야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기 위한 몸부림을 끝까지 계속할 것이며 하다하다 안 되면 그냥 산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의 일차 목표는 이ㆍ박 두 후보의 표 차이만큼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원희룡의 표가 한쪽으로 전부 몰리면 승부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까지 표를 얻는다면 의미가 있는 일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현재로선 50% 정도”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개혁 요구층과 안정을 희망하는 사람 가운데 개혁 쪽이 조금 두텁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다. 그는 “한나라당이 확실히 이기려면 개혁과 안정된 국가 운영의 조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가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 있다.

원희룡 후보는…

▶1964년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 제일고, 서울대 법대 졸업(학력고사 전국 수석) ▶34회 사법시험 수석합격 ▶서울지검ㆍ부산지검 검사, 변호사 ▶16, 17대 국회의원(서울 양천갑) ▶한나라당 최고위원 ▶주요 공약: 과세표준 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 폐지, 중소기업부 설치, 서울대 학부 폐지 및 연구 중심 대학원 전환, 사법시험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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