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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들의 「새치기 입장」/이원호 특별취재단(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건 좀 어렵습니다. 50명이면 두세시간 기다리며 줄서있는 관람객들에게 금세 탄로나 난리납니다.』
11일 오후 2시30분쯤 대전엑스포장 A전시관 관장실에서 K모관장이 전화기를 붙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인기전시관으로 알려진 A전시관의 관장에게 하루에도 수십번 걸려오는,귀빈(VIP) 대접을 요구하는 전화였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동안 K관장이 대기중인 관람객들 몰래 능숙하게 두세명의 VIP를 끼워넣는 차원을 넘어 관장이 보기에도 도가 지나친 부탁인듯 했다.
『한번 오셔서 대기중인 관람객들을 보세요. 뙤약볕에 두세시간 기다리는 어린이나 할아버지·할머니들을 보시면 제 심정을 이해하실 겁니다. 한두명도 아니고 50명은 너무합니다.』
상대방이 상당한 고위층이었는지 K장관은 끝까지 안된다는 대답은 못하고 창문너머로 2㎞정도 줄서 기다리는 관람객들을 넌지시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20여분을 끈 전화통화는 결국 K관장이 50명을 5명씩 나누어 열차례에 걸쳐 뒷문으로 들여보내는 묘안을 내놓으면서 끝났다.
지난 7일 개막된 대전엑스포에서는 인기전시관을 들어가기 위해 두세시간씩 뙤약볕에서 고생하는 관람객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VIP들이 사돈의 팔촌에까지 VIP대접을 해줄 것을 부탁,뒷문을 통한 눈속임 새치기를 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더구나 이날 오후에는 소위 인기있는 전시관을 사이에 핫라인까지 개설돼 어느 전시관의 VIP든 나머지 전시관도 특별코스를 통하는 「VIP관람코스」까지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사실 전시관마다 VIP통로가 필요하기는 하다. 전시관과 중요한 관계가 있는 관람객들을 일반 관람객과 똑같이 취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관마다 적어도 10%정도의 VIP입장석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VIP나 그 혜택을 받는 관람객들,딱부러지게 자르지 못하고 눈감아주는 전시관 관계자들은 최소한 국민학생과 노인들이 뙤약볕에서 기다리다 지쳐있는 모습을 한번 마음속 깊이 생각해야 한다.
새치기관람은 결국 VIP들 스스로 자신을 특권화시키는 구태를 저지르로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대전엑스포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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