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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비교한 우리의 현실(너무 뒤진 「인프라」: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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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 이상 시간을 놓칠 수 없다/수출 큰몫 불 원전 본받을만
파리에서 아침을 먹고 자동차로 쉬엄쉬엄 달려 「그라블린 원자력 발전센터」에 도착한 것은 점심때였다. 이곳 6기 원자로중 1호기와 2호기 발전소의 레이몽 베르나르소장(소장이 3명이다) 이 동네 아담한 식당에서 기자에게 점심으로 사준 광어요리는 이 발전소안 양어장에서 쓰고 내보내는 따뜻한 바닷물을 가둬 본격적인 양어장을 운용하고 있는 그라블린원전의 올해 양어 매출목표는 6백50t.
원자력발전이 얼마나 안전하고 깨끗한 것인지를 그라블린원전은 돈을 벌어가면서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프랑스 최북단 도버해협에 접해있는 이 발전소는 해마다 1만8천명 정도의 관람객(?)을 접대한다. 9백㎽급 가압경수형 원자로 6기를 운영,「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전」으로 알려진 이 발전소에 기자처럼 멀리 외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지난해의 경우 1천6백명이 넘었다. 문화국으로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프랑스는 이제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라블린의 6기를 포함해 현재 프랑스에서 운전중인 원자로는 55기다. 이외에도 건설중인게 6기,계획중인것이 4기 등 총 65기 규모다. 미국(운전중 1백12기,건설중 9기,계 1백21기) 구 소련(운전중 49기,건설중 18기,계획중 19기,계 86기)보다 적지만 운전중 8기,건설중 7기,계획중 11기,계 27기의 한국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프랑스는 92년말 기준 총전력생산량 4천1백74억㎾h중 원자력발전이 3천2백17억㎾h로 원전비중(77%)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당 발전원가가 환경오염이 따르는 석탄은 32상팀(1상팀은 1백분의 1프랑),석유가 33상팀인데 비해 원자력은 25상팀으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체 수요를 대고 남는 전력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는 프랑스는 유럽통합에 따른 전력수출 확대에 대비해 꾸준히 원전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프랑스는 영국에 1백70억㎾h,이탈리아에 1백35억㎾h 등 연간 5백20억㎾h의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이 전반적인 사회간접자본의 미비에 비해 연간 10% 정도의 지속적 소비증가로 전력공급 예비율이 재작년과 작년의 경우 적정수준인 15%에 훨씬 미달,5% 수준까지 내려간 것과 대조적이다. 사회간접자본은 어느 구석에라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인식했을 때는 이미 너무늦은 경우가 흔하다. 도로·항만·댐 등을 짓는데 6∼7년씩 걸리고 원자력발전소 하나 건설하는데는 10년이 걸릴뿐더러 재원도 막대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전부문 확충을 위해서는 장래를 내다보는 정부의 선행투자와 아울러 국민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랑스가 확보한 원전확충은 73년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 자위를 핵심 정책과제로 신속히 결정한데서 가능했다.
아울러 프랑스정부는 집단이기주의·지역이기주의에 의한 원전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1백여 반핵단체들의 항의 속에서도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는 일관성있는 대비책을 실천한 것이다. 프랑스엔 원자력발전소는 물론이고 화력발전소·수력발전소·가스저장소 등 대규모 에너지시설과 관련해 지역정보위원회가 설치돼있다. 국영프랑스전력(EDF)이 재정지원책 등 지역사회와의 조정을 마련한다. 사회간접 자본에는 기회상실의 함정을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수적이다. 89년 영국 런던 템즈강 하구의 도크랜드 재개발 결정이 그 한 예다.<한남규 부국장대우>
◎기간시설 부족 느낄땐 이미 중증
마거릿 대처총리가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방금 인사한 그때 영국 경제는 매우 침체해 있었다. 그리고 한때 세계 최대 항구의 명성을 누리던 런던의 부둣가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60년까지만 해도 항구 취업자가 5만명이었으나 80년대에 들어와서는 그 숫자가 3천명으로 줄었다. 부두 주변의 각종 상거래와 관련된 일자리 20만개 정도가 없어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이곳 항구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이곳 실업률은 24%까지 치솟았다.
이 지역 재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 당시 환경장관 마이클 헤슬타인(90년 존 메이저 의원과 보수당 당수경쟁을 벌여 패배)는 정부기관으로 「런던 도크랜드개발공사(LDDC)」를 발족시켰다.
재개발사업에 정부가 13억파운드,민간부문에서 7배가 되는 91억 파운드를 투자했다. 정부의 결단에 대한 민간의 신뢰가 증명된 것이다.
템즈강변 22평방㎞에 펼쳐진 중앙정부차원의 각종 사회간접자본 확충으로 이루어진 재개발 결과로 이곳은 10년새 활기찬 주상복합지구로 변모하고 있다. LDDC 출범당시 3만9천명이던 상주인구가 6만2천명으로 늘었고 취업자가 5만명을 넘어 런던의 새로운 상업지구로 부상하고 있다. 도크랜드 부활의 상징인 대형 주상복합건물 「카나리 워프」에는 히드로공항 청사의 다섯배가 넘는 2만7천5백t의 철골을 넣어 세운 55층짜리 타워빌딩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런던시내 금융가도 언젠가는 이 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이곳 주민들은 장담하고 있다. 1666년 런던 대화재이후 최대역사이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성공적인 도시개발』이라고 LDDC의 토지판매담당 미녀간부인 캐서린 맥과이어양이 강조했다. 『LDDC가 재개발한 토지를 민간기업이 매입할 때 토지세 등을 면제했고 입주후에도 사업을 부추기기 위해 각종 세제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요제다.
아울러 울진 원전 반대운동,안면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반대시위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공익시설 사업에 대한 지역적 반대 등 사회적 딜레마도 국민들에 의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주요 사회간접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국가적 합의가 대체로 이루어진다해도 지역이기주의·집단이기주의에 의한 분쟁이 계속되는한 선진국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우려가 크게 때문이다.<한남규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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