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 터 포고시안 교수팀이 개발한 육각형 PET.
워싱턴대의 PET는 24개의 방사선 검출기 밖에 달지 않았지만 검출기를 CT와 같이 움직일 수가 있기 때문에 인체 영상을 아주 조밀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검출기를 움직이면 수학적으로 샘플링을 촘촘히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상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검출기를 움직이는 방식은 정밀도를 낮추는 역기능이 있다. 더구나 6각형이다 보니 촬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터 포고시안은 펠프스 박사를 조교수로 데리고 있었던 당시 50대의 학자로서 학계에 입김이 강했다. 나는 우군이 거의 없는 미국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1976년 로스엔젤레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나와 터 포고시안 교수팀이 함께 참석했다. 거기서도 대격돌이 있었다. 터 포고시안 교수는 조스 펫이 형편없다고 몰아갔다. 조스 펫이 자신들이 개발한 것과는 방법이나 모양, 수학적 해법 등 모든 면에서 달랐던 것이 공격의 빌미를 덜 줬다.
그 컨퍼런스에서의 논쟁은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뇌과학연구소 도서관에는 누렇게 색이 변한 그 책이 보관되어 있다. 나는 지금도 그 책자를 가끔씩 읽어 보면서 실소를 머금는다. 그렇게 그들이 좋다고 우기던 육각형 PET의 자취는 지금 대학 창고에나 남아 있을 뿐이다. 조스 펫은 지금 세계 표준형으로 자리 잡아 전 세계 병원과 기초과학연구소에서 가동되고 있다.
터 포고시안 교수는 이미 고인이 됐다. 그와 함께 육각형 PET 개발에 참여했던 젊은 조교수였던 펠프스 교수는 UCLA에 재직하고 있다. 몇 년 전 국내 한 방송사가 그를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조스 PET이 살아 남아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 때 학문적인 경쟁자이자 ‘적’이었지만 상대를 인정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가천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