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33승 중 11승 챙긴 쌍방울의 「어린 왕자」 김원형 왕방울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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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곱상한 얼굴의 김원형(20). 김원형이 없었다면 쌍방울은 그야말로 「동네북」신세로 전락, 타 팀의 곱절로 울어야했을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만년 꼴찌로 지목되던 쌍방울은 26일 현재 태평양을 다섯게임 반차로 앞서면서 꼴찌로 밀어냈다. 또 쌍방울은 지난해까지 막강 전력을 자랑했던 6위 빙그레를 반게임차로 추격, 자리바꿈 할 태세다. 이같이 쌍방울이 기세를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원형이라는 신예투수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고졸출신 프로3년생 김원형은 현재 「게임」에 출전해 11승5패를 기록, 정삼흠(LG) 조계현(해태)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팀승리(33승)의 33·3%를 혼자 엮어내고 있다. 김은 지난 6월20일 해태전 승리이후 5연승을 질주하며 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고 지난 4월30일 OB전에서 국내 프로야구 최연소(만20세9개월25일)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모두 77개의 삼진(게임당 4·5개)을 솎아내 탈삼진부문 9위에 랭크 되어있다.
야구평론가 강태정씨는 『김원형이 해태나 삼성 등 타격이 뒷받침되는 팀에 소속됐다면 현재 20승은 올렸을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같이 전문가들이 높게 평점을 주고 있는 김원형의 강점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이 같은 힘이 솟는 것인가. 1m 76cm·70kg의 김은 투수로서는 그다지 뛰어난 신체조건은 아니다.
김은 손목과 허리의 유연함으로 1백4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는 등 온몸을 이용한 투구를 하고 있다. 또 김이 주무기로 구사하고 있는 커브는 예리한데다 낙차가 국내 투수 중 가장 커 타자들이 좀처럼 공략하기 힘들다.
김은 대담한 정면승부와 정교한 볼 배합 등으로 전성기의 최동원(롯데→삼성→현 SBS해설위원)과 흡사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정면 대결을 거듭하다 연타를 허용하는게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20승 투수가 되기 위해선 오기투구를 시정하는게 과제다.
김은 원정경기에서는 남들이 잠든 이른 새벽 호텔주위에서 구보로 체력을 다지고 홈 경기가 있는 날에는 집 뒷산에 올라 지구력을 키우고 있다.
어떤 위기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배짱을 갖춘 김의 꿈은 한·일 슈퍼게임 1차전에 한국선발로 나서는 것이라 한다.
국가대표가 되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한국프로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어대신 만족을 얻으려 하고있는 것이다.
91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1천5백만원에 쌍방울 유니폼을 입은 김의 입단동기는 좀 특이하다.
김진우씨(53·덕산공영전무)의 외아들인 그는 당시 졸업과 함께 고려대로진로를 결정했었다.
그러나 그해 작고한 할머니가 유언으로 『서울가면 애를 버린다』며 『쌍방울로 진로를 바꾸라』고 해 가족회의 끝에 프로선수가 됐다. <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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