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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언론들 경제난으로 목 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요르단강 서안·가자지구 등 이스라엘 점령지역 아랍언론들이 재정난으로 자생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폐간위기에 봉착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의 장모이자 팔레스타인 민족운동 지도자인 레이몬다 타윌은 자신이경영하는 통신사 팔레스타인 프레스 서비스의 점령지역 외근기자 전원을 해고하고 간부들의 임금을 최근 30% 삭감했다.
PLO 자체가 걸프전 이래로 아랍국들의 재정지원이 끊기면서 재정난에 직면, 아라파트의 장모에게도 도움을 줄 형편이 못됐기 때문이다.
점령지역 4대 일간지의 하나인 알 사압지 간부들도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한데 항의, 3개월째 농성중이며 알 파즈르지 발행인은 간부들에게 조만간 폐간하겠다고 예고했다. 주간지 두 곳은 이번 달 이미 폐간했다.
이 같은 난국에 대해 언론인들은 외부의 재정지원 중단 외에도 이스라엘 때문에 경제가 위축된 탓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석달째 계속중인 이스라엘의 점령지봉쇄로 그나마의 경제가 30%정도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나 시니오라 알 파즈르지 편집국장은 『1셰켈이 생기면 주민들은 신문 한 부보다 빵 네 개 사기가 급한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구독료는 커녕 광고시장 마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신문 판매부진 이유를 언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편집으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있다.
알 하야트지의 루바 알 후사리 점령지역특파원은 『신문들이 PLO찬양에만 몰두, 프로의식을 가진 기자들을 확보해 양질의 신뢰받는 신문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알 하야트는 런던에서 발행되며 아랍권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이다.
비판론자들은 또 기자들의 평균 수준이 형편없으며 이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질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지역 기자단체인아랍언론인협회(AJA)가 정치성향에 따른 파벌 싸움터로 전락, 기자의 자질향상문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이런 경제·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스라엘로부터 언론사 설립허가를 받아놓고 있는 상당수의 아랍인들도 『팔레스타인 언론의 근본적 변혁이 절실하다』고만 할뿐 언론사 설립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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