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병원 전산화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우리 나라 병원들의 전산 정보 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들이 한꺼번에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병원에서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제7차 학술 대회에서 서울중앙병원 전산실장 유효열씨는 『우리 나라 병원들의 원내 정보 시스팀은 선진국의 37%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내 32개 3차 의료기관의 원무관리·급식관리·약제관리 등 11개 시스팀을 일본의 기타사노 병원·고치대학병원, 대만의 국립대학병원 등 외국 병원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분석했다. 선진국 병원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시스팀을 우리 병원이 마련하고 있는가를 확인한 결과 설치율이 37.3%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짜증스럽게 여기고 있는 「약 타는데 걸리는 긴 시간」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 전산 시스팀인 처방 전달 시스팀은 전체 병원 중 18.8 %만 설치, 병원 전산화가 환자 서비스 개선에 무관심함을 보여줬다. 또 환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서비스인 병동 간호 업무나 예약 업무도 전산화가 미진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세대 의대 채영문 교수 (예방의학)는 『미국의 경우 병원 정보 시스팀의 소프트웨어는 처방·임상 병리 검사 결과·방사선 검사 결과·간호 기록 등 환자에게 빠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병원의 정보 시스팀 수준이 이같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유씨는 『국내 병원의 전산화는 진료 업무나 환자 서비스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관리 업무의 원활화를 위한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산화를 시행할 때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얼마나 편리를 줄 지에 대한 고려보다 병원 경영을 위한 데이타 수집·분석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주로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서울 중앙병원 임상병리과 민원기씨가 조사한 국내 병원 임상병리과 전산화 현황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80년대 말 현재 종합 병원의 80%, 대학 병원의 거의 1백%에 임상병리과 전산화 시스팀이 구축돼 있으나 우리 병원은 아직 손을 꼽을 정도의 극소수 병원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대 채 교수는 『미국은 방사선 필름이나 단층 촬영·자기 공명 영상 장치·초음파 등의 영상을 필름으로 보관하지 않고 영상으로 컴퓨터에 보관하는 PACS가 대거 설치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자체 전산화를 넘어 공동 의학 연구를 위해 병원간 통신망을 구축해 의학 정보, 진단용 진단 화면을 송·수신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UMIN이라 불리는 이 시스팀은 89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해 91년 현재 23개 대학병원간에 접속되어 있다. 일본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병원 업무에 공장자동화의 개념을 도입, 고치병원 등에서는 임상병리검사·의무 기록 찾는 일을 로봇에 맡기고 있다.
관계자들은 학술 대회에서 병원의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산화를 과감하게 촉진해야 하며 병원 업무를 환자 서비스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꾸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