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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다시 지진 공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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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 세계에 지진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0일 중미코스타리카에서 리히터 지진계로 강도 5·2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이튿날 진도 6·1의 강진이 칠레를 때렸으며, 12일 태평양을 건너온 진도 7·8의 초 강진은 일본 홋카이도 남서 해 지역을 덮쳐 이미 1백7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또 14일에는 유럽의 그리스로 이어져 진도 5·지진으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백여 차례의 여진이 계속되는 등 지진의 어두운 그림자가 지구촌을 휘감고 있다.
특히 일본 지진의 파장은 이웃한 우리나라의 동해안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에까지도 해일을 몰 고와 엄청난 재산 및 인명 피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지진이 결코「강 건너 불 구경」일 수 없다. 실례로 60년 5월23일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수일동안 태평양을 건넌 해일이 일본에 밀어닥쳐 1백40명의 사상사를 낸 일도 있다.

<매년 1천만 회 발생>
지구상에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매년 1천만∼1천5백 만회 정도의 지진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하루에 몇 차례씩 지진과 함께「동거」해야만 하는 운명인 셈이다.
이중 리히터 지진계로 강진(6∼9·5규모)이 1백 회 이상, 중진(4∼6 규모)이 1만5천 회 정도, 미진(0∼4규모)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설명이다.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한 78년10월7일의 충남 홍성 지진은 세계적으로 매년 3천회 이상씩 일어나는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5에 불과했으나 지진의 직격탄을 맞는 경우 그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줬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지진은 해저 등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체감 지진」은 실제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10회 정도는 인구밀집지역에서 발생, 엄청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만도 줄잡아 15만 명 정도의 무고한 생명이 지진의 제물이 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판 이동 충돌 현상>
그렇다면 지진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지각의 운동을 말한다. 지진은 지각이 평형상태를 이루기 위한 지각의 이동현상으로 이때 생기는 방대한 양의 에너지가 순식간에 지표에 전달되는 일종의 충격파다.
지진의 원인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설명되곤 한다. 지각은 마치 물위에 뜬 빙산처럼 두께 1백km정도의 판으로 구성돼 지각을 떠받치고 있는 맨틀(지구 핵과 지각사이의 층)위를 서서히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들 판은 성분 및 지구 내부에서 발산되는 우라늄방사와 열 축적 차이 등으로 인해 조금씩 서로 밀고 밀치며 해마다 1∼10cm씩 움직이고 있다. 이동중 판이 부딪치는 충격이 지표에 전달돼 지진을 일으킨다는 것이 판구조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각은 ▲태평양판 ▲북미 판 ▲유라시아 판 ▲인도·호주 판 ▲남미 판 ▲아프리카 판 ▲남극 판 ▲나즈카 판 ▲코코스 판 ▲카리브 판 ▲필리핀 판 ▲캐롤린 판 ▲스코티아 판 등 13개의 크기가 다른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일본-알류산열도-미 캘리포니아-남미의 칠레-뉴기니-필리핀을 잇는 태평양판과 터키-이탈리아-그리스 등의 유라시아 판에서 전 세계 지진의 70∼80% 정도가 집중돼 이들 지역은 지진 노이로제에 걸려 있을 정도다.

<진원 깊이 20∼50km>
지진이 일어나는 곳(진원)은 대략 지하 20∼50km 진원이 지하 1백km가 넘는 것은 지진의 피해도 작을 뿐 아니라 수도 적다.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 지진은 대부분 진원의 깊이가 산 20km이내의 것들로 알려져 있다.
지진의 원인은 언뜻 보기에 쉽게 설명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 방비책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일기예보처럼 지진을 사전에 예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지하 깊숙이 설치된 정밀탐사장치와 인공위성을 통해 지각의 변동상태를 정밀히 측정, 지면의 이동과 지층의 압력에 의한 암석의 균열현상 등을 분석한 뒤 임박한 지진발생 징후를 알아내려고 노력중이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86년부터 「포세이돈 계획」을 수립, 지하의 맨틀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는 초고성능 지진계를 설치하는 등 지진연구에 관한 한 선진국을 자처하는 일본조차도 이번 홋카이도 지진에 맥못추고 당했다.

<동물 행 태 변화 주시>
때문에 중국의 경우처럼 지표 샘의 수면이 갑자기 낮아지거나 비둘기·흰개미·꿀벌 등 자성에 민감한 동물의 행 태 변화 등 자연현상을 지진예보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 원시적 방법에 매달리기도 한다. 실례로 중국은 1975년2월에 발생한 해 성 지진을 사전에 알아내 대비함으로써 그 피해를 줄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지진을 예방할 방법은 전혀 없다. 그러나 미리 대책을 세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한편 한반도는 유라시아 판과 태평양판의 경계부분에서 다소 떨어져 비교적 안정돼 지진피해가 크지 않은 편이다. 비록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되는 한국도 사실은 해마다 20여 회 정도의 크고 작은 지진을 경험하고 있다.
홍성 지진에서 직접 체험했듯 지진은 불과 수초동안에 모든 것을 쓸어 간다. 지진에 대항하는 현재까지의 유일한 방법은 단지 건물을 단단히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21세기의 현대 사회가 처한 딱한 입장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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