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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사고 주는데「1년 미만」은 증가|운전면허 취득 급증…따라 느는「초보」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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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직도 자동차 운전 면허가 없으세요?』
자동차가 도입된 지 9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7백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보급되고 1전2백만 명 이상이 운전면허를 소지, 본격적인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처럼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역할을 다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도 이제 자동차 운전이「기술」이던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다.
한때 운전을 하면 괜찮은 수입이 보장되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이제는 일반인의 필수품으로 변한 것이다.
운전면허증이 이렇게 확산된 것은「마이카시대」라는 국민소득 3천 달러 시대가 달성된 87년을 전후해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내수중심 판매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10%대에 머물던 승용차 판매 증가율은 87년 27%를 고비로 88년 32%, 89년 39%, 90년 33·2%로 뛰어올랐고 이에 따라 87년 말 전체 운전면허 중 20%에도 못 미치던 2종 보통면허 비율은 92년 말 35% 수준으로 증가했다.
자동차판매 증가와 함께 92년 말 현재 운전면허 취득 5년 미만자가 전체의 60%에 달하게 됐다.
면허취득 후 1년 이내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는 87년 1년 동안 1만 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3만8천여 건으로 늘어났다.

<취득 5년 미만 60%>
정부가「교통사고 줄이기 운동 원년」으로 정해 여러 대책을 추진한 92년엔 전년에 비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l만 여건 이상 줄었지만 1년 미만 초보운전자의 사고는 오히려 5백 여건이나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초보자 교통사고의 주원인은 운전기술 부족과 안전교육 부재 때문이므로 운전면허 시험제도 개선으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하루평균 7백 건 이상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해 31명이 사망하고 8백90명이 부상하는 교통 후진국의 오명도 운전요령만 익히게 하는 현행 형식적 운전면허 시험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운전면허시험제도 역시 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황=93년 5월말 우리나라 운전면허 소지자는 1천2백만 명을 넘어서 국민 4명당 1사람 꼴로 운전면허를 소지하게 됐다.
운전면허소지자가 6백만 명을 돌파한 것이 88년 무렵이니 5년이 채 못돼 2배로 증가했다.
특히 승용차 운전을 위한 2종 보통면허의 경우는 88년 이후 거의 매년 1백만 명씩 증가하고 있어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는 88년 말 50여만 명에서 92년 말 1백80여만 명으로 해마다 30%이상씩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소지자의 16% 수준.

<올 응시자 3백70만>
올 들어 5월말까지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3백70여만 명으로, 1년에 보통 1백50만 명에서 2백만 명이 합격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2000년께 2천만 명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미·일등 선진국의 경우 전체인구의 45∼50%가량이 운전면허 소지자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경우 앞으로 l천만 명 이상의 면허수요 인구가 남아 있다는 계산이다.
운전면허 취득자의 급증에 따라 87년 1년 동안 7천2백 건에 불과하던 교통사고는 92년 말 1만1천6백여 건으로 늘어났고 교통사고 사망자는 2백35명에서 3백79명으로, 부상자는 22만여 명에서 32만여 명으로 늘었다.
운전면허 시험장은 서울의3곳을 비롯, 전국적으로 22곳에 마련돼 있지만 날이 갈수록 응시자 누적현상이 가중돼 9∼10월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 도에 서부면허시험장이 개장, 종로·서대문·중구 일대 지원자를 흡수하는 한편 내년 중 경남 울산· 전남 나주에 운전면허시험장이 신설될 예정이다.
◇시험제도=『10년 무사고운전자도 면허시험에서 떨어질 수 있고 운전면허 받고도 진짜운전을 할 수 없다』-.
운전면허 시험이 실제 운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시험을 치러 본 사람은 누구든지 현행 면허발급 제도가『쓸데없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운전면허시험을 보는 사람은 늘고 있으나 현행제도가 응시자 편의보다 시험관편의 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운전면허 시험 합격률은 매우 저조하다.
필기는 31∼44%, 코스실기는 35∼38%, 주행실기는 40∼43%만이 통과되고 세 가지 시험에 한꺼번에 합격한 비율은 20∼25%밖에 안 된다.
또한 면허시험장에 가보면 원서를 접수하는 것부터 예삿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 동 강남면허시험장 1층 입구는 언제나 1백여 명 이상의 줄이 늘어서 있다. 응시원서에 붙일 수입증지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원서 접수부터 전쟁>
다음에는 2층에서 응시원서를 접수시켜야 하지만 이곳에도 3백 명 이상이 지루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원서접수 창구는 학과·코스·주행 등 과목마다 분리돼 있으므로 단번에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이라도 세 번은 줄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접수 뒤 30일쯤으로 예정된 학과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코스나 주행시험을 위해서는 또다시 30일 정도 기다려야 하므로 응시에서 합격까지 최소한 두 달은 걸리게 된다.
그리고 일반적인 수험생이 겪는 각 단계마다 1∼2차례의 불합격을 고려하면 면허증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평균6∼7개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시험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데 있다. 하루종일 줄서기 끝에 받는 신체검사는「손가락 펴 보기」「다리 들어보기」「색맹·시력검사」가 고작이다.
학과 시험 역시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약한 장년 층과 저 학력 응시자만 골탕먹일 뿐 안전운전 의식을 생활화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응시자들은 그나마 시험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 사이에서는『학원에서 하면 잘 되는데 시험장 자동차는 너무 낡아 마음대로 조작이 안 된다』는 불평이 계속되고 시험장마다 「○호 차는 절대 못 붙는다」는 노하우에 따라 그 차를 피해 번호를 배정 받으려고 안달이다.
또 불필요한 측정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크다.
코스시험중의「T」자형이나 주행시험 중의「언덕 오르기」는 마치 떨어뜨리기 위한 것 같다는 것이 응시자들 중평이다.
면허를 딴 뒤 실제운전을 해보면 그런 코스도 없을 뿐 아니라 오토매틱 승용차 운전자는 언덕 오르기가 시험을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험관들의 반말에 가까운 불손과 불친절도 시정되지 않는 고질.

<시험관 불친절 고질>
서울경찰청은 대민 친절사업의 일환으로 2종 보통 운전면허 코스 및 주행시험에서「시동꺼짐」을 실격기준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도봉 면허 시험장에서 코스시험을 치른 김혜남씨(28·여·재독 유학생·서울도봉구수유2동)는 시험관이『세 번 시동을 꺼뜨렸다』며 불합격을 선언, 항의했지만 『사람마다 왜 떨어졌느냐고 물어 봐 귀찮아 죽겠다』고 화를 벌컥 내는 바람에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해 했다.
이처럼 까다롭고 어려운 시험을 거쳐 면허를 따냈다 하더라도 별도의 주행연수를 하지 않으면 실제운전을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행 운전 면허시험 제도는 실질적인 운전능력과 안전운전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면허제도=미국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편한 시간에 가면 경찰관이 여러 문제지 중 하나를 내주는 식으로 필기시험을 본다.
기다리는 것도, 시험감독·시험시간 제한도 없다.
교통법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문제다.
기능시험은 교통경찰관이 동승, 거리로 직접 나가 실시한다.
「S」「T」코스가 아닌 경찰관이 지정하는 곳에 차를 주차시키면 된다.
프랑스도 파리에만 1백여 곳의 행정구역별로 면허시험을 접수, 실시하므로 시험순서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잠정면허제 바람직>
주행시험은 주차 등 기초적인 것에서 고속도로 주행까지 까다롭게 측정하지만 오토매틱운전자는 오토매틱 차량으로 시험 볼 수 있다.
오토매틱 차량면허라고 명시할 뿐이다.
일본은 아예 경찰관이 자동차학원에 나가 가면허를 발급해 주고 가면허 발급 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10시간 이상의 시내연수를 마친 사람에게 정식 면허증을 발급하고 있다.
서독 등 유럽 각국이나 일본은 면허취득 후 1년간을「조심자 기간」으로 정해 이 기간 중에는 가벼운 교통법규 위반에도 면허취소까지 할 수 있는「잠정면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운전면허 취득 전에 운전기능 능력과 교통 현실 적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가 허 제도」를 채택하거나 운전면허취득후 일정한 기간을 정해 면허취득 후 관찰기간을 부여하는. 「잠정 면허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면허제도를 통해 운전 연수교육을 철저히 받도록 유도함으로써 급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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