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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불행 그냥 넘길 수 없었죠"|기금마련 자선공연 연극배우 김지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인간의 불행은 대부분 성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고 남성에 의해 여성이 일방적으로 지배·종속되는 주종관계, 이른바 성의 합일점이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생기지요. 현재 공연중인 「로젤」도 남성위주 사회에서 여성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당하는 폭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를 고발한 연극입니다.』
90년12월20일 초연이후 3년째 모노드라마『로젤』을 공연하고 있는 연극배우 김지숙씨(37)가 「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가칭)」와 영세민촌 공부방 마련을 위한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김씨는 14일 대학로 충돌2소극장에서 상설기구 기금마련을 위한 자선공연을 벌인데 이어 8월30일까지 낮공연은 모두 각종 사회단체나 불우한 이웃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할 예정. 「나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위해서는 기꺼이 자선공연을 한다는 계획아래 각 사회·봉사단체의 요청을 기대하고 있다. (764)5715.
그는『케네스 마클 이병의 공판장에서 실로 가슴 두근거리는 충격과 분노를 느꼈으며, 이는 남의 불행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인간으로서의 본능』이라는 말로 지난14일 자선공연을 하게된 취지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오고 있는 김씨는「김부남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92년부터 올초까지 부산·광주·전주 등지를 돌며 자선공연을 가졌다.
김씨가 여성문제에 이처럼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가지게된 계기는 순천향·용인정신병원 등지에서 정신병환자를 위한 사이코드라마에 출연하면서부터. 그는『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잘못된 성교육과 관념으로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질식사하고 있는 현실을 보았다』며『이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본질적인 여성상과 남성상을 되찾아 차별과 지배를 뛰어넘는 합일점을 이룰 때까지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17년에 걸친 연극생활을 결산하는 자전적 에세이집 『대통령도 창녀도 될 뻔한 여자』(법지사간)를 최근 출간한 김씨는 8월말 『로젤』공연이 끝나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연말께「윤금이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무대에 설 계획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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