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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문책보다 제도개선 역점/이회창 감사원장 단독인터뷰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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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상은 밝히되 평가는 역사에…/권 국방 신분고려 조사뒤 발표
감사원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을 조사할 것인지,안할 것인지는 이제 시중 장삼이사의 내기대상이 되어버렸다. 관가나 국회에서도 어느 쪽으로 귀결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때문에 전직 대통령 조사는 형식이 어떻든 정치적·역사적 무게가 실린 현안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은 재직시 어떻게 통치해야하며 물러난 후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최초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중요한 결단의 열쇠를 쥐고있는 사람이 이회창 감사원장이다. 과거엔 「대통령의 뜻」이 모든걸 해결해주었지만 93년 여름은 상황이 다르다. 이 원장은 7일 오전 김영삼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가졌다. 그자리에서 이 원장이 모종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장마비가 바람에 실려 휘몰아치던 8일 오전 6시20분 이 원장은 여느때처럼 북한산 산책길에 나섰다.
그가 돌아올 무렵 기자는 자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시간 침묵해오던 그는 이날도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빠르면 9일중 율곡특감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국민이 무척 궁금해하는데 이젠 침묵을 깨뜨릴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하도 중요한 문제가 돼나서….』
○따지는 것 아니다
­율곡사업이나 평화의 댐같은 국책사업의 결정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며 그런 통치행위에 대한 감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법관·중앙선관위원장을 지낸 경험에 비추어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대통령이 내린 모든 결정을 통치행위로 볼 수는 없습니다. 통치행위는 일반적인 국가업무나 행정사항 등을 초월해 말 그대로 통치권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봐야지요. 예를들어 박정희대통령이 이후락 중정부장을 평양에 파견한 것이나,노 대통령이 중간평가를 하지않은 결정 등이지요.』(이 원장은 구체적 언급은 안했지만 율곡사업과 평화의 땜은 통치행위로 볼 수 없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전직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시사했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나쁜 선례가 된다는 의견에 대해선….
『뭐를 따지거나 사법처리하자는 게 아니고 전 대통령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자는 건데 뭘….』(이 원장은 「소명」이라는 부분을 힘주어 말해 이미 조사계획을 기정사실화 했다.)
­구체적인 비리혐의가 있어야 조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우선 국민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봐요. 전 대통령들이 국민의 궁금증을 소명하는 것이지요.』
­조사결과 위법사항이나 부당한 업무처리가 드러나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조사는 하되 문책은 역사에 맡긴다는 해법도 있는데요.
『….』
­율곡특감이 거의 마무리 되었는데 이번 특감에서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일반 국민이나 언론이 감사원의 방침을 잘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율곡사업은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매우 중요한 국사입니다. 그래서 감사를 통해 구조적·제도적 문제점을 찾아내 국가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앞선 목표입니다.
물론 비리혐의자도 찾아내 문책해야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구조·제도 개선입니다.』
­권영해 국방장관에 대해 6일 오후 방문조사를 실시하고서도 감사원은 이 사실을 7일 낮까지 부인했습니다. 행정부에 대해 독립적이고 원칙을 지킨다는 감사원의 입장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언론보도에 유감
『권 장관은 국방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현직장관입니다. 국가를 대표해 한미연례 안보협의회에 참석하고 미처 귀국도 하기전에 언론들이 그에 대한 조사방침을 보도했습니다. 이점은 대단히 유감입니다. 그래서 권 장관조사는 그의 신분을 고려,사후에 발표하기로 했었습니다. 다만 실무적인 처리가 잘못돼 공개시간이 늦어진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7일 오전에도 김영삼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가졌는데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합니까. 전 대통령조사 문제도 논의했습니까.
『대통령과 나눈 얘기라 공개할 수 없어 미안합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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