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쌀|필리핀 개발 성공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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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녹색혁명」이 일기 시작한지 25년만에 필리핀의 농업연구원들은 전 세계에 걸쳐 극적으로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벼 품종 개발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까지 대부분 아시아인인 약 40억 명의 쌀 주식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 쌀 생산량을 약70% 늘려야 한다.
미래의 「슈퍼쌀」을 창조하기 위해 마닐라 남쪽 로스바노스 논에서 행해지고 있는 실험들은 이 같은 엄청난 목표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국제쌀연구협회(IRRI)에서 지난 수년간에 걸쳐 개발된 신품종은 기존 품종보다 쌀알이 굵고 가벼운데 아직 이름은 붙여지지 않았지만 금년 초에 첫 재배에 들어간 이후 희망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IRRI는 금세기 말까지는 현재 열대지방에서의 최고 수확량보다 50%가 많은 ㏊당 15t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프랑스 국적의 미셸 아로도 연구원이 말했다.
이 같은 쌀 증산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는 세계 쌀 소비량의 90%를 차지하는 아시아 쪽에서 특히 높다.
60년대와 70년대 녹색혁명의 열쇠는 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린 IR-8 품종이었다.
그러나 IRRI 최근 보고서는 폭발적인 인구증가압박으로 『더 좁은 땅에서, 더 적은 양의 물과 노동 및 살충제로 더 많은 쌀을 생산해내는 품종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현재 연간 5억2천만t인 세계 쌀 생산량을 2020년까지는 8억7천만t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백 명의 국제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신품종은 농업연구의 기술에 유전학자와 식물학자들의 전문지식을 결합한 결과다.
신품종은 현재로서도 ㏊당 13t의 쌀을 생산해내고 있지만 『아직은 슈퍼쌀이 갖춰야 할 모든 특성을 구비하지는 않았다』고 세나디라 연구원이 말했다.
신품종은 높은 산출량뿐만 아니라 농약의 필요성을 줄여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만큼 병충해에 내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적응력을 갖춘 완벽한 새로운 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IRRI는 냉동보관소 안에 지금까지 알려진 8만종의 벼 품종을 총망라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쌀 은행」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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