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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통일정책/온건·현실노선으로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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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급진론 제동… 국민적 합의 강조
김영삼대통령이 6일 평통자문회의에서 밝힌 새 정부의 통일정책 3대기조는 과거 정권처럼 단순한 이데올로기 수사로서가 아니라 통일문제를 풀어가는 현실적 지침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김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새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공식입장을 천명한 것으로서 앞으로 외교분야의 신외교 기조와 함께 통일정책을 끌어가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김 대통령은 통일은 화해·협력과 남북연합의 단계를 거쳐 실현한다는 3단계 통일론을 강조,6공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정책기조로 ▲민주적 절차 존중(국민적 합의) ▲공존공영 ▲민족복리의 세가지를 제시함으로써 통일의 방법론에서 기존 정권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먼저 민주적 절차 존중은 과거에 있었던 정부와 일부 국민간의 소모적 통일논의에서 벗어나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생산적인 통일논의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이 『새로운 문민정부가 통일정책을 정권유지에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수 있다. 이와함께 이는 새 정부가 정통성에 기초한 문민정부인 만큼 국민적 합의와 자발적 지지로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이날 출범회의를 갖는 평통자문회의의 직능대표에 조아라 광주 YWCA회장 등 진보적 재야인사를 상당수 영입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두번째 기조인 공존공영은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고 상호협력을 통해 국제사회로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이와관련,『우리는 결코 북한의 고립을 원치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는 신외교 기조에서 북한을 개방시키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펴나가면서 동시에 우리정부가 구상중인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로 포용,협력해 나가겠다는 전향적 의지도 포함돼 있다는게 정부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음 민족복리는 개방·개혁의 세계사적 흐름 및 신민족주의의 태동속에서 사상·이념대결을 탈피,경제적 실리에 기초한 민족복리를 추구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 대통령이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고 한 취임사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날 『통일없는 자유가 불완전하다면 자유없는 통일은 더 불완전하다』 『내실없는 통일을 감상적으로 바라서는 안된다』고 밝힘으로써 감상적·급진적 통일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와함께 이날 『핵문제의 해결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세계평화가 보장될 수 없다』고 한 점은 바로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신정부의 통일정책 기조가 당초의 급진적인 색채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그것이 지난날의 보수·대결노선과는 다르지만 온건·현실노선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이다. 김 대통령이 『쌍방 모두 이기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개혁의 확산이 곧 통일정책이라고 밝힌점도 대화만을 위한 대화나 대북접촉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김영삼정부의 통일정책의 현실화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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