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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복잡한 정보사 누구까지 알았을까/군 특수부대 정치 테러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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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음만 먹으면 못할일 없는 조직”/「실무자 독자적 지휘」도 배제못해
5공시절 특수부대출신 민간인들로 정치테러단을 조직,운영해 왔던 사실이 5일 김형두씨의 폭로로 처음 공개되면서 그 해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부대가 어떤 이유로 민간 정치정보를 입수하고 테러까지 했는지가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대공 전투정보 수집 및 공작활동을 주임무로 하는 정보사는 조직의 특성상 일체 횡적인 관계나 정보공유는 불가능하며 요원들 모두가 점조직화돼 있어 일반적인 지휘계통조차 파악할 수 없다.
이들은 팀별로 운영돼 어느팀에 소속되어 있어도 전체적인 윤곽은 커녕 횡적인 관계도 알지 못하게 되어있다. 이런 팀들도 수시로 생겼다 없어지고 하니 더 더욱 실체를 가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당시 사령관인 이진삼씨와 이 사건의 최종 지휘자인 이모 중령을 제외하고는 사령부내 어느누구도 그 진상이나 경위를 모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85년 YS의 상도동자택 침입사건 당시 이를 지휘한 이모씨가 3사 2기 출신인 현역 이모중령인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그 배후에 대해서는 아직도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보사조직의 특성으로 보아 몇가지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정보사의 독자적인 첩보활동 ▲보안사 등 군부내 정보기관의 협조 ▲통치권자 또는 군출신 정치인의 연관성 등이다.
먼저 사령관이 단독으로 결심,이를 직접 실무장교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는 정보사 첩보활동의 일환이어야 하는데 정보수집은 그렇다치더라도 양순직씨 테러사건에 대한 설명는 못된다.
85년 10월 당시 군관련 지휘계통으로는 윤성민 국방장관­정호용 육참총장­윤태균 국방정보본부장­이진삼 정보사령관으로 이어지며 안기부장에는 장세동씨가,국무총리는 노신영씨가 각각 맡고 있었다.
정국은 직선개헌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있었고 군내에서는 친위쿠데타 설까지 나돌고 있었다.
바로 이같은 상황하에서 군출신끼리의 상호협조 가능성이 있으며 통치권자나 정계에서 군 정보기관의 협조를 얻으려 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물론 군쪽에서 자발적으로 나섰거나 공명심이 작용했을 소지도 있다. 80년대 후반에 정보사령관을 지낸 L모 예비역중장은 『사령관이 마음만 먹으면 이 부대를 통해 못할일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이같은 표현은 사용권자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순수 전투정보 수집목적이 아닌 대민정치 정보수집 목적으로도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일선 실무장교가 사령관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작·지휘했을 가능성이다.
60년대 대북 침투부대였던 HID를 통합해서 창설한 부대가 정보사이기 때문에 조직의 운용이나 편제·교육방법 및 장소 등은 사령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게 정보관계자들의 말이고 보면 최종 지휘자의 단독연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들에 따르면 『일단 특수부대 요원으로 가입된 다음부터는 자신의현 위치는 물론 행선지·부대편제까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보사 예하에는 이처럼 조직구성원이나 규모를 알수 없는 정체불명의 대북 특수부대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공당시의 한 정보사 관계자는 『결국 일부 정치지향적 군인들의 과잉충성이 빚어낸 불행한 사태』라고 말했다.
군출신이 정치를 장악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빚어진 군의 정치이용 실례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 배후는 결국 군의 정치적 연계속에서 접근해야 규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 및 감시를 주 임무로 하는 기무사나 순수 대북 첩보수집 목적의 ○○○○부대와는 달리 정보획득을 위한 실제행동 부대인 정보사운영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게 군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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