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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치행위」 감사 가능한가/전·노씨 조사 여부싸고 쟁점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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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념 모호… 사안확인은 된다”/감사원/“비리 물증 없으면 안돼” 반박/연희동
대통령이 재직시 집행한 업무중 어디까지가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될 수 있을까.
감사원이 율곡사업 및 평화의 댐 공사와 관련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진상확인 차원의 조사를 추진하자 이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서도 난색
여전히 화해하지 않고 있는 두 전 대통령측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입장이 똑같다. 연희동 두사람 진영은 『도대체 감사원이 구체적인 범법혐의가 없는데도 전직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조사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5,6공에 대한 「역사적 문책」의 입장에 서 있는 김영삼대통령의 수석비서관들까지 감사원의 조사추진 방침에 반대하고 있는 점이다. 수석비서관들은 2일 회의에서 「통치행위에 대한 감사반대」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물론 「감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겉으로는 여전히 전직대통령에 관한 조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율곡사업과 평화의 댐에 대한 2개의 특감을 제대로 마무리짓기 위해선 전 대통령에 대한 「사실확인」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야당과 재야는 감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며 일부 강경론자들은 「소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두 전 대통령측은 통치행위라 할지라도 불법자금 수수같은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할 수 있겠지만 율곡사업이나 평화의 댐 같은 사안엔 구체적인 물증이 없지 않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서류검토로 충분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3일 이렇게 말했다. 『F18기의 기종변경을 노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그리고 F16기를 최종 결재한게 무슨 잘못인가. 국가예산·기종의 효율성 등에 관해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대통령이 최종결정을 내린 것이다. 의혹,의혹하는데 무슨 물증이라도 제시된 게 있는가.』
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무슨 의혹이 있다고 감사원이 조사를 추진한다는지 모르겠다. 단순한 사실확인이라면 서류검토나 관계자 조사로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 역시 상기된 목소리로 이렇게 논박했다. 『율곡사업이나 평화의 댐은 위법사항이 없는 통치행위였다. 단순히 의혹의 시선이 있다고해서 통치행위를 감사한다면 대통령이 내린 주요 결정이 수상하다고 의문이 제기되기만 하면 다 감사해야 되느냐.』
○…감사원의 예규는 『행정부가 수립하는 기본정책 및 통치행위는 감찰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를 해석함에 있어 통치행위의 범위가 지극히 유동적이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위법·부당행위」는 조사대상이 된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감사원의 고위관계자는 3일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통치행위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이 한 모든 행위가 통치행위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정치적 통치행위인지 단순한 업무인지를 가려야 하며 업무에서 위법이나 부당사항이 발견되면 조사해야 한다.』
○판단경위에 초점
감사원은 특히 율곡사업이나 평화의 댐 같은 사안은 성격상 감사원에서 밖에 검증할 수 없으며 이 두가지 특감을 제대로 마무리 짓기 위해선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가 불가피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평화의 댐의 경우 감사원은 예산사용·댐건설 하자여부 등 실무적인 면보다는 과연 북한의 수공위협이 있었는지,그리고 평화의 댐 건설을 서둘러야 했는지와 같은 대통령 결정행위를 확인하는데 감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위법사항 조사」보다는 「판단경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감사원이 조사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결정」 부분을 언급하고 있고 그의 외교안보참모였던 김종휘씨(미국체류)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 등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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