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편 안들면「혼선」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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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즈음 연기나는 굴뚝을 보면서 군불땐 것을 문제삼지 않고 굴뚝 구멍 터놓은 사람을 비난하는 이상한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중앙일보 6월28일자(일부지역 29일)「독자의 광장」란에 실린 노순규씨의 글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저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으면 산업평화가 달성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따지면 5공화국 치하야말로 산업평화와 노사안정이 가장 잘 이루어졌던 시기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산업평화」뒤에 돌출한 87년「대분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6·29선언을 한 노태우씨에게 분규의 책임을 돌려야 한다는 것인가.
무노동무임금 원칙이나 인사·경영참가 금지 문제가 이제 노동자들에게 「수용」되고 있는 마당에 다시 문제를 들추어낸 책임자가노동부장관이라는 최근의 모든 시각들 역시 5공화국 하에서 산업평화를 노래하면서, 87년 대분규가 순진한 노동자를 부추긴 「제3자」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보았던 과거 권력층과 사용자의 시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노동부장관의 몇 가지 소신은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제도화된 노사관계에 비하면 결코 굴뚝을 터놓은 것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굴둑 소제하려고 빗자루 든 것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두고 혼란이라 한다면 과연 혼란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 발전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지, 과거 역사에 그런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사용자 편향적이었던 노동정책이 과거의 타성을 벗으려고 약간의 시도를 한 것으로도(실행되지 않았음에도)그것이 노동자 편을 든 것으로 비판받는 작금의 사정은「반공을 외치지 않으면 빨갱이」라는 50년대의 논리가 연상되어 자못 비애감을 갖게 된다.【김동춘<서울 동작구 사당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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