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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시청자 선도역할 미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얼마 전 3학년 1학기를 마감하는 시험기간 중 친구들과 오랜만에 TV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론은「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
저녁 7시대의 쇼프로에는 똑같은 가수가 나와 노래 외에 어설픈 개그나 위험한 묘기를 부리고 있었고, 드라마는 그 수가 너무 많아 무엇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 얘기는 KBS마저 예전과 달리 요란한 쇼프로가 많다는 것이었다. KBS는 지난 봄철 프로그램 개편 때 공영방송이라고 해도 시청률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신임 사장의 의지를 반영한 듯 타 방송국의 인기 프로에 맞 대응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다큐멘터리·주부대상 퀴즈 프로·청소년 대상 쇼프로들을 새롭게 신설한 바 있다.
한편 KBS는 얼마전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서태지와 아이들」의 방송출연 정지를 결정, 연예인들의 옷차림을 문제화했다. 왠지 일관성이 없는 듯한 태도다.
과연 공영방송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기적인 시청률에 구애방지 않고 중심 있는 기획으로 방송계뿐 아니라 시청자들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에 대해 이익 집단의 압력에 굴복함이 없이 사실전달과 함께 문제점을 똑바로 지적해 주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KBS의 현재 모습은 국내 유 일의 국악 프로그램을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편성하고, 한의사협회와 약사회의 분쟁을 다룰 예정이었던 토론 프로그램을 갑자기 취소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쏠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 바라는 것은 KBS가 연예인의 옷차림을 문제삼기에 앞서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공영방송다운 프로를 제작해 주는 것이다.
김주연<서울 송파구 잠실 본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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