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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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처신이 중요한 것은 비단 사람뿐이 아니다.
상품들 또한 경쟁시장에서 수많은 가격 대·이미지·기능·수요계층 중 어디에 자리 매김을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며, 이 때문에 업체들은 경쟁제품과의 차별화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는 작업, 이른바「포지셔닝」에 열을 올린다.
아디다스 운동화의 국내 판매업체인 제우 교역이 시도하고 있는 시리즈광고가 좋은 예. 이 광고가 처음 시작된 이년 국내 고급운동화 시장은 나이키와 프로스펙스는 물론 리복·로또·엘레쎄·LA기어·뱅가드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정을 벌이던 상태였다.
당시 제우 교역 측은 기능에선, 스포츠-캐주얼 등 2개의 축으로 시장판도를 그려본 결과 LA기어·뱅가드는 캐주얼·패션 쪽에 치우쳐 있었고 로또·엘레쎄·리복은 스포츠 성향이면서도 패선 쪽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가장 강한 상대인 프로스펙스·나이키·르까프는 캐주얼이나 패션의 요소가 약간 있으면서 기능과 스포츠화의 성격이 동시에 강한, 아디다스와 거의 같은 위치에 있었다.
제우 교역 측은 우선 경쟁제품과 같은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 고심 끝에 소비자들에게 아디다스를 캐주얼이나 패션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기능위주의 스포츠 화, 즉 전문 스포츠 화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스포츠는 살아 있다」라는 강렬한 이미지의 광고 문안이 작성됐고 광고내용도 농구·배구 등 대중 스포츠로 할 경우 캐주얼이나 패션의 냄새가 날 수 있다고 판단, 암벽 타기·산악 자전거 경주 등 전문 스포츠로 정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등장시켜 실제상황을 연기함으로써 전문스포츠답게 단순하면서도 거칠고 힘든 장면을 담았다.
광고가 시작된 1년 후 아디다스는 마침내 스포츠맨뿐 아니라 겉만 화려한 스포츠용품에 서서히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일반인들까지 몰려들면서 매출액 20%신장이라는 성공을 거둔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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