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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매달고 4·5㎞ 주행/한밤중 빗길 승용차 30대 남자를 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또 다른 차가 사람끼인줄 모르고 달려
빗길 주행차량이 차에 치인 사람을 다시 친뒤 피해자를 차체 앞부분에 낀채 4.5㎞나 달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서울 도심에서 발생했다.
28일 오후 8시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앞도로 럭키금성 쌍둥이빌딩앞 지점에서 시속 60㎞로 영등포에서 마포대교 방면으로 1차선을 달리던 로열프린스승용차(운전자 김용택·45·서울 양천구 목동)가 차도에 쓰러져 있던 30대 초반의 남자를 치었다.
운전자 김씨가 사고직후 사고현장에서 56m가량 떨어진 마포대교 검문소에서 사고를 신고한뒤 경찰과 사고현장에 도착해보니 시체는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1차사고 발생직후인 이날 오후 8시42분쯤 사고현장을 시속 60㎞로 달리던 세피아승용차(운전자 김봉태·33·현대소극장 총무·서울 영등포구 대림동)가 2차선으로 밀려나 있던 피해자를 차 앞부분 하체와 앞바퀴 사이에 낀채 그대로 진행했다.
2차사고 운전자 김씨는 마포대교 북단에서 완전히 원을 그리며 방향을 튼뒤 강북 강변도로를 지난 서강을 거쳐 신촌로터리방면으로 달렸다.
김씨가 20여분을 달린뒤 오후 9시5분쯤 신촌로터리부근 크리스탈백화점 뒤편 일방통행도로로 접어들면서 서행하기 시작하자 지나가는 행인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막고 지나가고 여성들은 비명을 질렀다.
차에서 내린 김씨는 지나가는 50대 아주머니로부터 『차 아래 사람이 깔려있다』는 말을 듣고 엎드려 보니 차앞바퀴 뒷부분에 사람의 두 발이 보여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는 노동자풍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나 신원을 짐작할 만한 소지품이 없어 현재 신원이 파악이 안된 상태다.
피해자가 입고 있던 바지는 사고현장 부근 녹지대에 떨어져 있었고 옷은 갈가리 찢긴 상태나 때마침 내린 비로 노면이 미끄러워 살갗이 군데군데 깎여 없어졌을 뿐 시신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처·아들과 함께 부친이 운영하고 있는 신촌 현대소극장으로 청소하러 가던중』이라며 『비가 많이 와 브러시를 3단으로 켜고 음악을 틀어놓은채 주행했으나 사고현장에서 사람을 치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으며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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