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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자존심 건 “보선 결승전”/“춘천을 잡아라”벌써부터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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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적 큰 변수” 공천산고 거듭/민자,명주­양양 패배 설욕 별러/여 “토박이” 야 “개혁인물” 대결구도 될듯
오는 7월30일께로 예정된 강원도 춘천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공천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명주­양양 보궐선거에서 거물후보(김명윤 당고문)를 내세웠다가 민주당 후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민자당은 확실한 후보감을 찾느라 조직책선정을 위한 당무회의까지 거듭 연기하는 등 산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통사고로 작고한 손승덕의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새 정부 출범후 줄줄이 이어진 보궐선거중 마지막 「결승전」에 해당한다.
○여론파악에 열중
이때문에 여야 모두 선거결과에 적지 않은 정치적 비중을 두고 있다. 민자·민주 양당의 현재까지 보궐선거 전적은 5대1로 민자당이 우세. 그러나 지난 6·11 보선에서 김명윤후부가 참패한 이후 「감자 노이로제」에 걸린 민자당으로서는 이번 선거마저 놓친다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김 대통령의 개혁노선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지난 4월 첫 보궐선거의 전승에 힘입어 『막대기를 꽂아 놓아도 당선』이라고 자신하다가 한방 맞은 민자당은 춘천보선에서는 당선가능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후보감을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경우 7차례의 보궐선거를 다 이긴거나 마찬가지 효과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민자당에 후보 신청을 낸 인사는 모두 16명. 춘천지역에서 이상용 국토개발연구원장과 함께 일찌감치 공천후보자로 손꼽히던 한석용 전 강원도지사는 자치단체장 등 다른 선거직을 염두에 두고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당직자를 3차례이상 춘천현지에 보내 지역여론을 알아 보는 등 꽤나 신경을 기울였다. 명주­양양지역에서의 패배를 의식해 이미지가 참신한 지역토박이로 득표력이 높은 인물을 중점적으로 물색했다.
그러나 득표력이 높아 보이면 참신성에 문제가 있고 신선하다 싶으면 득표력이 의문시돼 고민만 늘었다는 후문이다.
20∼30대 유권자가 57%나 되는 만큼 젊은 층의 정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은 조직강화특위를 가동해 의논끝에 이상용원장과 배주섭 강원도부지사,박용수 강원대교수 등 3명을 점찍었다. 이중 배 부지사와 박 교수는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던 인물.
이들은 모두 지역명문인 춘천고 출신으로 이 원장은 강원도지사·건설부차관을 거쳤고 배 부지시자는 춘천시장을 역임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박 교수는 유명한 소설가 오정희씨의 남편으로 3명중 나이(48세)가 가장 젊다.
○청와대·당 시각차
그러나 22일 황명수 민자당 사무총장이 청와대에 올라가 이들 3명의 명함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일단 보류」. 24일에는 김종필대표가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이상용씨를 당안으로 천거했지만 『좀더 두고 보자』는 반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으로 현지에서는 자천타천의 후보감들이 나오고 있다.
춘천에서 개업중인 노재환(42)·유지한(33)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했고,춘천고 출신의 MBC­TV 앵커 엄기영씨(42)도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거론되고 있다.
또 고 박정희대통령의 인척으로 3공당시의 거물이던 장덕진 전 농수산부장관도 가난속에 고시 3과를 통과한 입지전적인 전력을 갖고 있어 검토대상에 올랐다고 한 고위당직자는 귀띔.
경복고출신의 민주계 실세들이 동문인 유인균 현대정공 부사장(53)을 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천대상자 파도가 어지럽게 돌아가자 급하게 된 것은 가장 유력한 후보감으로 꼽히던 이상용씨.
이씨는 지역에서의 학연과 자신이 춘천지역에 연고자가 많은 홍천군출신이라는 점,부인이 춘천사범을 나온 교사출신이라는 점 등을 홍보하면서 23일에는 아예 현지 아파트를 세내 주저앉았다.
김명윤씨의 실패사례를 교훈삼아 미리 주민등록을 춘천으로 옮겨 놓은 것은 물론이다.
민자당이 공천과정에서 우왕좌왕함에 따라 온갖 매터도가 현지에서 난무하기 시작해 벌써 여러 명이 상처를 입었다는 소문이다.
갑의 경우 전 공직에 있을 당시의 사정관련비리가,을은 여비서와의 추문이,병은 나이가 많다고,정은 청와대 친인척에게 선을 대고 있다는 소문들이 그것이다.
6·11 보궐선거에서의 충격에다 청와대·민자당 간의 후보감에 대한 시각차가 겹쳐 이같은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 당직자는 풀이했다.
○이 대표 오면 결정
○…민주당의 공천자는 오는 28일 이기택대표가 귀국한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현역 지구당위원장은 14대총선에 출마했던 유남선씨(46). 그러나 당내에서는 유씨의 득표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반공해운동에 오랫동안 앞장섰던 최열 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45)과 정성헌 우리말살리기운동본부장(48) 등 개혁성향이 강한 이 지역출신 유명인사를 영입하려고 교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최씨는 일단 난색을 표해 놓은 상태. 한편 최열씨와의 친동생이면서 민중당후보로 총선에 두차례나 출마했던 최윤씨(36)도 야권후보가 단일화되면 승산이 있다며 출마채비를 갖추고 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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