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용 책임 모면할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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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월16일자(일부지역 17일) 20면 「인천시 북구의회 의장 재 신임 결의」기사를 접하고 몇 자 적는다. 언론에 보도 된 대로 얼마 전 미 집행된 의회예산 2천 4백만원을 의원들끼리 금반지를 단체로 구입하고 잔액마저 편법으로 분배했다가 물의를 빗자 의장이 사표를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북구의회는 물론 북구 및 북구민의 명예에도 먹칠을 한 추문이었다. 그 당시 주민들은 의장의 사표제출은 당연지사로 여겼으며 나머지 의원들의 품위와 자질에도 강한 회의와 질타를 보낸 터였다.
그러나 돌연 사표를 냈던 의장을 의원들끼리 「재 신임 투표」에 부쳐 사표 제출 건을 부결시켰다니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뒤탈을 의식했음인지 투표결과도 찬성 19, 반대21이라는 연출의 냄새마저 풍긴다. 북구의회는 언론의 질타도, 일반인의 상식도, 뽑아준 구민들의 여론도 묵살하는 목석들의 집단인가. 문제는 2천 4백만원을 의장독단으로 전용하거나 횡령한 것도 아니고 전 의원들과 공동 분배한 것이 아닌가. 의장의 사표제출은 당연히 전 의원들의 추문을 대표로 속죄함이다. 그렇다면 추문의 장본인들인 의원들이 의장의 사표 제출 건을 부결시킨 꼴이 됐으니 그야말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의 추문을 정당화시키고 나아가서는 언론과 구민들의 질타를 깔아 뭉개보자는 얄팍하고 교활한 술수에 불과하다. 지방의회 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 아닌가. 돈 냄새가 안 나야 무보수고 여론이 좋아야 명예도 있다.
의장은 당장 의사 봉을 놓아야할 것이고 나머지 의원들도 귀를 열어놓고 구민들의 여론을 존중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자칫 순간의 작은 만용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73만 북 구민들은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해 둔다. 【김수<인천시 북구 효성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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