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선 다변화로 큰타격 없어/미 철강제품 덤핑 최종판정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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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력제품 핫코일 마진율 낮아져 안도/경쟁국에도 최고 백%까지 관세부과
23일의 미국 상무부 철강덤핑 최종판정에 따라 예상보다 낮은 덤핑마진율 판정을 받은 열연강판(핫코일)의 대미수출은 다시 재개되겠지만 예비판정 보다 마진율이 올라간 냉연강판·도금강판·중후판의 대미수출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그러나 일본·캐나다·독일·브라질 등 경쟁국들이 최하 20.8%에서 최고 1백1.84%까지의 덤핑 및 상계관세를 얻어맞아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우리에게 불리한 판정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철강업계는 또 지난 1월초 고율의 예비판정 이후 대미수출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수출선을 중국과 동남아로 돌려놓은 상태여서 이번 판정이 전체 철강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고있다.
철강협회도 최종판정 직후인 23일 『주력제품인 핫코일의 최종 마진율이 대폭 떨어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하고 포철도 수출재개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정의 핵심은 지난해 금액 기준으로 대미수출(4억8백만달러)의 63%를 차지한 주력품목 핫코일의 최종 덤핑마진율이 12.8%(상계관세 4.64% 포함)로 예비판정(상계관세 포함 27.7%)의 절반이하로 낮아졌다는 것.
미국 현지 합작사인 UPI사에 대한 핫코일 공급물량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철은 최종판정이 17%선을 넘을 경우 수출을 중단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었다.
UPI사 사활이 포철로부터 핫코일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을 인식한 미국측도 최종 판정에서는 현지 유통업체들 통해 판매한 물량에 대한 우리측 자료를 인정함으로써 예상밖의 낮은 마진율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달리 냉연·아연도·중후판은 당초 예비판정에서 반영치 않았던 원가관련 자료가 최종판정에서 반영됨에 따라 마진율이 다소 높아졌다.
또 정부의 보조금에 대한 판정인 상계관세는 미 상무부가 국민경제에 대한 철강업의 중요성과 기여도를 새 기준으로 감안,최종 마진율이 소폭 내렸다.
그러나 이번 판정은 정치적 색채가 짙게 깔려있으며 전체적으로 미국 철강업계의 이해관계에 충실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6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고로회사 6개 전부를 포함,12개 대형회사 및 철강노조가 전세계 21개국을 상대로 84건의 유례없는 무더기제소를 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미 정부로서도 철강업계의 이익을 정면으로 외면하기 힘든 분위기가 고율판정으로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철강협회는 철강 다자간협상(MSA)이 조속히 타결되지 않는한 이같은 철강마찰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있다.
또 철강협회는 최근 자동차·전자 등 철강수요업체가 몰려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상·하원 의원 35명이 정부에 탄원서를 낸 것을 계기로,우선 8월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산업피해 최종판정에서 무혐의판정을 끌어내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입장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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