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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비용 끝내 걸림돌로/사실상 취소된 용산 미기지 이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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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방부 미측 “잔류희망”과 이해일치/“우리측 일체 부담” 합의부터가 잘못
국방부가 15일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추진해왔던 오산미군기지 주변 부지매입 취소는 당초 97년까지 완료키로 한미간에 합의했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부지매입 취소가 예산절약 때문에 취해진 것일뿐 이전계획의 재검토나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초 지난 91년 사업고시를 한뒤 그동안 경기도 평택군 서탄면·고덕면일대 26만8천여명에 대한 매입계획을 서둘러왔지만 우선 주민들이 매입에 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발이 심해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부지매입 취소결정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자금문제.
○당국 “계획불변”
계획수립 당시에는 막대한 이전비용을 현 용산부지 매각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었으나 그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자금조달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대안으로 채권매입의 방법으로 나섰지만 그럴 경우 총매입 예상비용 1천억원의 세배인 3천억원에 달하는 이자가 5년동안 발생하게돼 「배보다 배꼽이 큰」 실정이 됐다.
이와함께 현행법상 군용지 명목으로 토지를 수용할 경우 5년내에 토지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원소유주에게 되돌려주게 되어 있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봐 기지이전이 97년 이전에 완료될 가능성이 없어 부지매입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존기지 이용”
국방부측은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이 백지화될 경우 여론을 의식해 『매입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전계획 자체는 변동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로 부지를 더 매입하지 않고 모자라는 부지는 2백만평에 달하는 오산기지와 1백50만평 규모의 평택기지를 잘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한미간의 이해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군기지 이전에 얼마만큼의 부지가 소요될지는 미국의 주한미군 유지계획이 확정된 뒤에나 산출할 수 있고 그때 가서야 기지설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국방부측의 설명이다. 이것은 사실상 이전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말이므로 이전계획은 무기 연기된 셈이며 사실상 「이전계획 백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90년 6월25일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체결된 「한미간 기지이전에 관한 기본합의서」(MOA) 자체가 출발때부터 무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재검토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은 사실이다.
체결당시 우리측은 이전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미국측은 91년 17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했다가 92년에는 95억달러로 턱없이 대폭 상향조정하고 나왔다. 거기에는 기지내 경계용역비·통신시설공사비·비품비 등 시시콜콜한 비용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측은 당초의 약속 때문에 발목이 잡힌 셈이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산절감의 필요성이 다시 거론돼 「기지이전 전면 재검토」의 필요성이 단순한 문제제기 차원을 넘어 정책차원의 재검토가 진행됐던 것이다.
미국측도 합의각서 체결당시인 91년 반미여론에 떼밀려 기지이전을 수락했으나 내심으로는 잔류를 희망해왔기 때문에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여론 외면
『주한미군 유지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기지이전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수 없어 97년 이전 목표는 어렵고 상당히 지연되지 않겠는가』라는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 기지이전 무기연기나 백지화 가능성으로 해석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계획이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국방부나 미군측의 이런 「합작」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며 결국 다시 여론의 등에 떼밀려나가기 전에 합당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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