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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자궁 경부암 조기결혼·다 출산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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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녀들에게는 자궁경부암이 생기지 않는다. 첫 성 경험의 시기가 빠른 사람, 특히 사춘기에 경험한 사람에게서 자궁경부암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사실들은 성생활이 자궁경부암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자궁경부는 자궁 중 질 쪽으로 나있는 자궁의 입구부위다.
연세대의대 박찬규 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는『자궁경부암은 전체 여성 암 다섯에 하나일 정도로 빈도가 높은데 첫 성 관계의 시기가 빠르거나 여러 사람과 상대하는 등 문란한 사람에게서 많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의대 박용균 교수(구로병원 산부인과)는『자궁경부암은 주로 인유 두종(휴먼파필로마)바이러스나 헤르페스 바이러스 등에 의해 일어나는데 문란한 성 관계는 바이러스 감염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사춘기 때 주의를>
서울대 의대 안윤옥 교수(예방의학)는『자궁경부의 세포는 어렸을 적엔 기둥 모양의 여린 주상 상피세포로 구성돼 있다 사춘기 이후엔 자극에 잘 견딜 수 있게 납작한 편평상피 세포가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피 세포가 튼튼한 것으로 바뀌기 전인 어린 시기에 성 경험을 하게 되면 상피세포가 손상되기 쉽고 이 부위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나중에 암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의대 남궁성은 교수(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는 『특히 사춘기 때에는 약한 주상상피세포가 외부로 노출되고 암이 잘 생기는 부위인 주상상피와 편평상피 사이의 경계부위가 넓어 성 관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남궁 교수는『미국 연구에 따르면 전체 자궁경부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20세 이전에 성 관계를 가졌거나 결혼한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또 첫 성 경험이 빠른 것과 함께 상대자 수가 많은 것도 자궁경부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자가 많다든지 혼외정사·다혼 등의 경력을 가진 여성에게서 발생이 현저히 높았다는 것이다.

<남자가 매개 역할>
성 관계뿐만 아니라 출산 횟수가 많은 것도 자궁경부암 발생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남궁 교수는 분만에 따른 외상으로 발암성 바이러스의 침입이 쉬워지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신 중에는 사춘기 때와 유사하게 약한 상피세포가 자궁경부 외측으로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고려대 의대 박 교수는 『극단적으로 봐서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로 인한 성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바이러스 감염이 문제된다』고 밝히고『현재 우리 나라의 자궁경부암 환자는 조기결혼이나 다 출산으로 인한 것이 많은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는 성 문란에 따른 환자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담배와도 큰 연관이 있어 앞으로 건전하지 못한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 증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성 관계로 인해 암에 걸리는 것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연세대 의대 박 교수는 『자궁의 안쪽인 자궁 체부의 암은 성 관계보다 기름진 음식·출산·수유기피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성은 성 관계로 인해 암에 걸리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은 비록 자신은 성 관계로 인해 암에 걸릴 일이 없으나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옮겨 주는 매개역할을 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즉 바람 피는 남편의 부인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남궁 교수는 『전 부인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전력이 있는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이 2배정도 많고 남편의 성교 상대자가 많을 때도 그 부인한테 자궁경부암이 많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거의 확정된 인유두종 바이러스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부인은 물론 남편의 문란한 성생활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조기검진 필수적>
또 어릴 때 포경수술을 받아 성기가 깨끗한 유대인 남성들의 부인에게선 자궁경부암 발생이 극단적으로 적고 포경수술을 받지 않는 힌두교 남성의 부인에게선 발생이 매우 많다는 보고가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막기 위해서는 건전한 성생활, 적당한 시기의 결혼과 출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아울러 조기검진과 함께 자궁경부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 암 발생을 일으키는 특수종류가 있는지를 검사해 확인될 경우 암이 잘 생기는 부위를 레이저로 지져내는 시술도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일의 하나라고 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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